'위기관리(Crisis Management)'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0.11.29 모 그룹사 2세 폭행사건으로 본 기업의 학습효과
  2. 2010.03.31 위기관리 전성시대(?)
  3. 2010.02.10 윌리엄 페섹의 '토요타자동차 위기관리론' 6
  4. 2010.02.09 사망사고 위기
  5. 2010.02.08 선도기업의 의무(?) or '1위 때리기'
  6. 2010.02.04 브랜드 신화들의 시련
  7. 2009.04.25 위기관리 진단조사
  8. 2009.03.24 위기관리 교육 후기... 4
  9. 2009.02.24 Black Swan과 위기관리
  10. 2009.02.20 구제금융시대의 샴페인 따기
  11. 2009.01.27 Priceline의 Groundswell 대응 6
  12. 2008.12.25 '개미'들의 위기관리 학습에서 배우자
  13. 2008.10.19 동전 10개: 세계적인 위기관리 매니저의 조건(?) 2
  14. 2008.10.12 위기관리와 '사랑니 뽑기' 1
  15. 2008.07.14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
  16. 2008.04.30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2
  17. 2008.04.14 위기관리의 전문성(?)
  18. 2008.03.29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10가지 이유에 관해
2010. 11. 29. 13:05

모 그룹사 2세 폭행사건으로 본 기업의 학습효과

어느 물류회사의 전직 대표가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온라인이 들끓고 있다. 특히 가해자가 모 그룹사 집안의 2세이며, 치료비를 제시하면서 폭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같은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년 전에 모 그룹 회장의 폭력사건이 있었다.   이는 사회적 또는 기업차원에서 실패사례로부터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뜻한다. 이전 사건이 사적인 문제와 관련되었던 반면에 이번 사건은 기업운영과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파장이 더욱 클 것 같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볼 때 국내기업에서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권위주의적인 CEO의 존재'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번 경우는 단순한 권위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성에 있다). 당면한 문제를 폭력으로, 그것도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공공연하게, 해결하려는 기업에서는 사실상 어떠한 부문에서도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학습(learning)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자의 지시나 비호아래 계획적으로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기업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전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언론사의 거듭된 취재요청에 마침내 응한 회사 관계자가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듯한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커뮤니케이션 대응 역시 가해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의 임원이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폭언을 하는 자세를 보면, 기업이 스스로의 기업가치나 명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해당기업의 관계자들은 자신들만의 논리로 '거래'관계였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 뿐만 아니라 법에서도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서는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법무적인 자문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너무나 허술한 해당기업의 메시지는 결국 관련방송이후 주가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전직 기업대표의 불법적 행위와 기업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답변 때문에 해당기업의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다. 나아가서 원청업체가 포함된 그룹사 전체에대한 이미지는 물론 불매운동까지도 제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체의 반응을 보면, 해당 기업이나 그룹사의 영향력 탓인지 주요 일간지에서는 가장 늦게 온라인 보도에 나서고 있다. 물론 경쟁매체에 대한 견제의식도 있겠으나 민감사안에 대한 눈치보기식의 대응은 가뜩이나 축소되고 있는 매체의 영향력을 스스로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반면에, 일반인들은 주요 포탈에서 청원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관련 기사가 올라와 있지 않은 주류매체에서도 기사검색을 통해 가해자와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 읽고 댓글을 달고 있다. 따라서 주류 매체와 일반 소비자들의 괴리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한편, 온라인상의 토론 내용을 보면, 가해자와 재벌가와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해당 그룹사 제품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모습도 눈에 띤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쪽이 바로 그룹사 소속  '원청업체'였다는 점이다. 결국 협력업체의 자체적인 문제해결 시도가 실패하면서 그 불똥이 전체 그룹사까지 퍼져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확산의 고리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도 그룹사에게 던져진 새로운 숙제다. 이미 많은 시민단체에서는 문제기업의 수직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위 아래의 연결고리를 끊도록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오래다.
 
물론 일반 소비자 측면에서도 청원운동의 모델이 전보다 더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아쉽다. 피의자에 의한 처벌은 재판에 의거해 이루어져야 함에도 자극적인 메시지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더 광범위한 시민참여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의 기업과 그룹사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연관을 짓고 불매운동까지 제안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사한 청원운동의 제안들이 동시에 이루어져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제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도 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다시 언급되고 있는 모 그룹사의 경우도 생각해 봐야겠다. 단 한 번의 실수였더라도 주요기업의 실패사례는 관련 사안이 발생할 때 마다 언급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오점을 씻는 방법은 개인이나 기업의 확실한 실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2010. 3. 31. 16:15

위기관리 전성시대(?)

독일의 사회학자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사회가 위기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인가? 정부에서는 연일 여러부처에서 공동으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고, 각료회의도 지하벙커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회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회적인 위기의식 또는 부처단위의 위기의식을 고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의 정책협의일 뿐 구체적인 위기관리 대상이나 목적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전통적인 관 주도의 '표어'나 '구호'차원이 아닐까. 이전 정부에서 '혁신'을 강조했듯이 현재는 '위기관리'가 하나의 마케팅 용어가 된 것 같다.  

모든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무 것도 얘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넓은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는 실제적인 활용성이 떨어질수가 있다. 최근의 군함 침몰사고에서 나타나듯 위기관리의 헛점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초기 대응이 완벽했다고 자부하는 상황은 해당 부처의 위기관리가 아직 많이 부족했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하겠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선 회의 내용이나 성격에 맞지 않은 채 상징으로만 소비되고 있는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0. 2. 10. 23:49

윌리엄 페섹의 '토요타자동차 위기관리론'

블룸버그 통신의 컬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토요타 자동차의 위기관리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워렌버핏의 유명한 '썰물론'("You only find out who is swimming naked when the tide goes out." 2001 Chairman's Letter)을 빌어 토요타 자동차가 '벌거벗은채 운전(naked driving)'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신랄한 비평과 함께 토요타 자동차에게 던지는 충고가 주목할 만하다.

1. 문제 그 자체보다 숨기는 것이 더 나쁠 수 있음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 특히, 전세계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와 관련된 경우, 기업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페섹은 진단하고 있다. 토요타는 안전과 관련된 급가속발진 및 브레이크 시스템 결함가능성에 대해 늑장대응함으로써  자신이 만들어낸 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또한 그는 미국 교통부 장관이 토요타 고위임원들보다 마이크 앞에 선 시간이 더 많았던 점을 지적한다. 재미있는 관찰이다. 물론 이는 미국식 언론대응 스타일을 일본기업인 토요타에게 주문한 것일 수도 있지만 CEO의 적극적인 위기관리 리더십이 효과적인 많은 사례들이 존재한다. 적어도 위기관리 대변인의 대언론 노출이 이해관계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것은 아닌지 기업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2. 벌거벗은 채 운전하지 말 것 

페섹은 역사상 가장 신뢰받던 브랜드가 벌거벗은채 운전하다 들킨 셈이라고 말한다. 버핏이 말한 것처럼 세계 자동차 업계는 썰물이 되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신용위기와 리콜 사태로 본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이는 기업철학과 윤리의 문제로 다가온다. 품질관리의 상징인 토요타와 고객안전의 상징이었던 존슨앤존슨 조차 최근 세계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스스로 세운 철학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가 중요하겠지만, 스스로 벌거벗고 있는 것은 아닌지 썰물이 다가오기 전에 주위에 물어보고, 데이터를 확인했어야 할 것이다.  

3. 경쟁자에게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지 말 것
페섹은 다른 전문가들처럼 토요타 회장의 부적절하고 불투명한 일처리를 지적한다. 기업 경영인들도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쟁자에게 횡재를 안겨주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 경쟁사의 위기를 자사 마케팅의 호기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위기상황에서는 사태수습에 몰두하기 바쁜 경우가 많지만, 위기가 심화되기 전에 이해관계 구도를 잘 살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사안이 심화될 경우 이득 또는 손해을 보는 쪽은 누구인지 파악하고, 업계의 지원 또는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4. 국가의 축소판이 되지 말 것(Don’t become a national microcosm)
페섹에 따르면 정치 경제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처럼 토요타 역시 위기를 맞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현실에 대한 부인(denial)과 자만심에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상 기존의 화려한 실적에 기대어 쉽게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명성을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토요타 자동차의 매출이 단기적으로 극단적으로 변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입게될 브랜드 이미지인 것이다.      

5.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음
앞으로 토요타는 미 의회 청문회, 금년에 실시될 선거에서는 정치적인 토요타 때리기, 미국 언론의 과장보도, 일부 소비자들의 과잉대응 등이 예상되고 있다.  토요타는 전세계적으로 심하게 타격을 입은 브랜드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벗은채로 운전하며 2-3위 자리를 놓고 싸우는 수 밖에 없다고.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커뮤니케이션을 기획해야 한다는 점과 상통한다고 하겠다.

2010. 2. 9. 00:02

사망사고 위기

위기관리 전문가 Lukaszewski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위기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가 정리하고 있는 피해야 할 사항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인명이나 안전의식이 낮기 때문인지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발견되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인명사고 뿐 아니라 일반적인 이슈관리 시에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 남을 대변하지 말 것
  • 상대방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근거를 부정하지 말 것
  • 부정적인 표현 및 언어의 사용금지
  • 메타포, 의역, 비유 사용금지
  • 새로운 적을 만들지 말 것  
  •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 낡은 정보로 정당화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말 것
  • 피해자, 생존자, 유가족들이 실제 겪고 있다고 믿는 현실이 아닌 기업의 가정, 법적 가정에 의존하지 말 것
  • 이상의 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적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Taking any of this personally (stay at altitude))  
  •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 것(Testosterosis)   
  • 우는 소리 내지 말 것
2010. 2. 8. 00:24

선도기업의 의무(?) or '1위 때리기'

토요타에 대한 미국언론의 집중보도에 대해서 국제적인 논쟁이 일고 있다. 세계1위의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의 문제는 당연히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지만 현재 시장을 둘러싸고 민족주의 또는 국가적 차원의 대결, 심지어 음모론까지 논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매체들의 인터뷰 등에서도 일본국민들이 '지나친 견제'로 인식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영향력이 클수록 사회적인 책임 또한 같이 커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이 뒤따르는 것이며 이는 선도기업에 지워지는 책무이자 핸디캡이기도 하다.

토요타 회장의 인사각도에 대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분석이 나올 정도로 서구언론의 관심이 높다. 커뮤니케이터의 관점에서 봤을 때, 주요 언론들이 자국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점에서까지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개인차이도 있는 만큼 현 토요타 회장이 이전에 사과하는 장면과 비교해 보는 것이 좀 더 객관적인 분석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토요타가 이번 사안에 대해서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갈 것인지 그 입장에 충실한 전달이었는지 라고 하겠다. 다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지 진실된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반대로 적당한 수준의 유감표명을 원했다면, 이에 대한 주요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예상했었어야 했다.   
사실 토요타의 문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상대적인 관점의 답변을 시도하는 것은 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010. 2. 4. 17:11

브랜드 신화들의 시련

최근 그동안 결코 생각할 수 없었던 신화와 같은 기업브랜드들이 흔들리고 있다. 하나는 품질관리와 지속적인 개선의 대명사인 토요타 자동차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신조와 위기관리의 모범사례로 유명한 존슨앤존슨이다. 

알려진 대로 토요타 자동차는 몇 년전에 제기되었던 불량신고를 무시한 것이 드러났으며 토요타의 거의 모든 차종의 결함가능성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더 크기 때문인듯. 한편 존슨앤존슨은 자사제품의 유통확대를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한 PR담당자는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 발생후 1년 뒤에 열린 커뮤니케이션 워크샵에서 존슨앤존슨 임원으로부터 성공사례를 떠올리면서도 이번에는 존슨앤존슨이 떨어진 명예를 다시 끌어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 입장이었던 30여 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유죄'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언론들이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것과는 달리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들 기업들이 실수나 실패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왔듯이 이번 사안들도 효과적으로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술이나 영업부문에서 실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후적으로라도 빠른 시간안에 오류에 대해서 인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 역시 실수를 드러냈다는 점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2009. 4. 25. 20:41

위기관리 진단조사

클라이언트사에서 팀장급 대상 위기관리 진단워크샵을 진행한다고 해서 담당AE와 함께 참관하게 되었다. 워크샵을 진행한 클라이언트사 임원께서 위기관리의 개론을 간단하게 소개한 뒤 각 부서 및 타 부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위기요소에 대한 각 팀장의 의견을 물어 보았다.

위기요소에 대한 팀장들의 의견교환을 통해 그동안 같이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위기상황에 대한 서로의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된 잠재적인 이슈의 경우,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도는 각 팀장들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만일 이러한 상태에서 각 부서장이 미디어와 접촉을 하게 되었을 경우, 당연히 해당 팀장은 해당 이슈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잘못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해당 팀장이 법리적인 부분을 잘못 알고 대답을 했다면 회사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 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은 잘못된 정보에 대해 해명을 하느라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진단조사를 통해 그동안 잘못되었던 부분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좁힐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서 핵심이슈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워크숍에서는 위기 진단조사에서 흔히 나타나기 쉬운 '침소봉대형' 위기문화와 '축소지향적' 위기문화 중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침소봉대형(overly senstive-type)' 위기는 토론자들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위기요인을 확대해석하는 경우로 거의 모든 것이 전사적인 위기사안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전략적인 선택'을 내리는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제한된 시간, 인력, 예산을 가지고 효과적인 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축소지향적' 위기는 자기 부서의 문제점을 드러내 놓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위 경영진들 앞에서 담당부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하지 않는 부서장들의 심리에 따른 것이다. 

팀장들의 적극적인 토론 참여와 인하우스 담당자의 준비를 통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회사에서 제공했던 교육 및 서비스 내용을 충실히 소화함은 물론 자체적으로 개선발전시켜온 인하우스 담당자들의 노력덕분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클라이언트의 교육수준으로 인해 기대수준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2009. 3. 24. 00:22

위기관리 교육 후기...

지난해 위기관리서비스를 제공했던 클라이언트사의 팀장그룹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교육을 mark와 함께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회사의 위기관리 및 미디어 트레이닝 역량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며 업계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이끌던 부사장님의 departure에 따라 그 빈 자리를 급하게 메우는 시간이자 새로운 시험대였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가지는 교육 기획의 관점이었다. 당초 클라이언트측에서는 약 30명의 팀장들을 대상으로  5시간에 걸쳐 전반적인 위기관리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위기 커뮤니케이션 부분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위기관리 교육 및 실행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강의에서 커뮤니케이션 관련내용을 배제해 달라는 점에 다소 혼란스러웠다. 알고보니 이는 외부 유관기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외부에서 볼 때는 위기 대응은 주무부서에서 담당해야 하는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은 사후에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전담해서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위기관리는 위기상황 대응(emergency management)과 위기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대응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한다거나, 담당부서와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지나친 기능적 분화로 인해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성난 피해자들이나 네티즌들은 완벽한 상황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에 해당 기업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며 시민들은 회사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 침묵조차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하게 된다. 그래서 위기의 순간에 상황정리에 전념하느라(?) 침묵하는 기업들이 더 큰 위기를 자초하고 마는 사례를 수없이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왜 위기관리업무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그 필요성에 관해서 설명하고자 했다. 아쉽게도 교육참가자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해 어느 정도 공유가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번 교육을 통해 중간간부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위기관리 문화를 소속팀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기를 바랬다. 

또 한가지, 이번 교육을 통해 그동안 부사장님의 충실한 부사수로서 다수의 위기관리 및 미디어 트레이닝에 참여했던 mark의 코칭 역량이 빼어난 수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도 큰 수확이다. 역시 궁하면 통하는 법인가 보다.


2009. 2. 24. 22:50

Black Swan과 위기관리


연초 뉴욕타임즈 주말판 매거진에 Risk Mismanagement라는  글이 실렸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는 용어와는 달리 '리스크관리' 또는 '위험관리'는 주로 재무안전성이나 공정관리 상의 위해요소 발생확률 등과 관련해서 사용되고 있다. 몇 해 전 국내 대기업 대상 위기관리 조사 직후에 기업체 직원들로부터 어떤 리스크 관리 모델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답변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비즈니스 칼럼니스트인 Joe Nocera는 글에서 투자 리스크 평가모델 (Value at Risk)을 사용하는 애널리스트들과 '검은 백조(Black Swan)'의 저자로 유명한 탈렙 교수(NYU)의 논쟁을 소개하고 있다. '검은 백조'란 발생가능성이 낮은, 전례가 없는 현상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지칭한다. 종 모양의 정규분포곡선에서는 양 끝단으로 갈수록 발생확률이 낮아 지는데 비해 검은 백조 현상에서는 양 끝단이 두꺼워지는 (Fat tail) 현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금융가의 재무위험관리를 위해 널리 쓰이고 있는 VaR(Value at Risk)라는 모델에 대해서 월가의 트레이더였던 탈렙교수는 이러한 리스크 분석모델이 검은 백조 현상이 나타날 때는 들어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사실 지금처럼 유례없는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기존 금융시장 예측모델이 그런대로 잘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모델의 설명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탈렙교수는 개인적으로 기존 분석모델을 약점을 역이용해서 큰 투자수익을 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기존 분석모델에다가 예외적인 요인(outlier)를 단순히 추가하게 되면 모델자체의 설명력만 떨어질 뿐 결과 예측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쨌든 리스크 분석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서 현 상황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모든 기업들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현재의 시장상황에 대한 답변을 찾을 수는 없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이 위기관리에 능한 도요타 자동차 조차 유례없이 심각한 현 금융위기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1%의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변화에 대비하려고 애쓰기 보다 99%의 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효과적인 리스크관리 방법이 되겠다. 알려지지 않은 위기요인(Unknown unknowns)에 대한 대응보다 알려진 위기요인에 대한 대응책 수립이 더욱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위의 글에서 저자가 소개하듯이 골드만삭스는 기존 예측모델에서 아무리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더라도 현실지표(손익평가)가 며칠동안 부정적으로 나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실무자들 역시 관행적으로 기존 관계자들과의 관계유지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이해관계자들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들과도 진지한 대화를 진행할 수 있어야 겠다.  

 

2009. 2. 20. 16:23

구제금융시대의 샴페인 따기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자동차 빅3 사장단의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한 청문회 출석, 시티은행의 전세기 구매계획 등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이 PR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가인 제임스 루카체프스키(James Lukaszewski)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는 여러 기업들이 여전히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다면서 몇가지 충고를 하고 있다. (글의 끝에 달린 포스팅 제목"Giving America the Bird"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루카체프스키에 따르면 최근 웰스파고 은행(Wells Fargo Bank)은 성과가 높은 직원(임원)들을 대상으로 사기 진작을 위한 라스베가스 호화 여행을 계획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취소했으며 이에 대한 해명 및 반박광고를 실었다. 웰스파고 은행의 논리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은 중요하며, 여행 프로그램 예산은 기업의 수익금에서 나온 것이지 정부지원금을 전용하는 것이 아니며, 여행계획의 취소로 인해 관련업계 종사자 역시 타격을 입게 됬다. 그러니 맹목적인 비판은 좀 자제해 달라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에 대해 루카체프스키는 먼저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 것(즉 '새를 날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좀 더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 내어 실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재무상태가 어려운 상태이므로 금전과 여론의 부담을 안고서 큰 예산을 지출하기 보다 최고경영자가 손으로 직접 쓴 카드의 전달 등을 고려하는 것이 더 낫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해프닝으로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든 점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또한 시티은행이 4억달러를 들여 새로운 뉴욕 메츠 야구장에 자사의 이름을 붙이는 후원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루카체프스키는 모자라는 듯한 기업인들이 나라와 국민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분개해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기업의 수백억대 임원퇴직 수당, 전용기 구매소식 등과 관련해 불편해 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은 위에서 예를 든 미국기업들처럼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지 않았고, 오히려 수출증대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같은 상황에 놓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미 사전에 계획되어 있던 중요 사업이나 투자계획마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연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기업들 역시 역시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인 고통분담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조차 회사의 예산 활용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과 은행 국유화 논의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성향이 매우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여론의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형식적인 '인턴 프로그램'이나 '강제적인 임금 자진삭감'을 내세우는 것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PR의 많은 부분은 섬세한(Sensitive) 동시에  전략적(Strategic)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9. 1. 27. 22:33

Priceline의 Groundswell 대응

Logic + Emotion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David Armano는 최근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Priceline가 겪을 뻔했던 잠재적인 Groundswell에 관한 이야기를 포스팅했다. 이 사례의 발단은 Priceline을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어느 가족이 2도 화상을 입은 아기 때문에 항공권 스케줄 조정/환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면서 시작된다. 이같은 사실을 친구로부터 직접 들은 Cat이라는 여성은 친구의 사례를 블로그, Twitter, 이메일 등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자신의 친구를 도와 줄 것을 주위에 요청했다. 그리고 Cat은 최초 포스팅 후 약 1시간 만에 어려움을 겪던 친구가 Priceline으로부터 환불조치를 통보받았음을 알게 된다.


이같은 사례를 분석한 David은 비록 Cat의 Twitter서비스 follower가 약 150여명으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어서 영향력이 컸다고 할 수 없지만, 그녀가
특히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게 Re-tweet(퍼나르기 또는 일종의 Viral)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고 노력했음에 주목한다.  

사실 Priceline의 환불조치가 반드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David에 따르면, Priceline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 전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항의전화 및 이메일이 접수되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사례는 소셜미디어의 힘에 Priceline이 굴복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Priceline이 훌륭한 온라인/오프라인 모니터링 서비스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한 사례로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순수하게 온라인상의 효과만을 지니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 Priceline이 최초의 결정을 번복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곤란에 처한 가족들의 친구들이 보여준 결전(?)의 의지로 미루어 보아 이 회사의 조치가 늦거나 미약했다면 온라인상의 Groundswell로 발전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따라서 부정적인 이슈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예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례는 없었다고 할 지라도 정당하고 적절한 사유라고 판단된다면 해당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환불조치를 시행함으로써 기업의 위기를 예방하는 동시에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적극적인 위기예방 사례가 많이 소개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008. 12. 25. 10:00

'개미'들의 위기관리 학습에서 배우자

'음식점 창업 NO', '보증회피', '인사철 자리관리'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도 경제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연말 인사철을 맞아 불가피하게 직장을 떠나야 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최근 IMF 이후 겪었던 경제상황으로부터 서민들의 위기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겠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 창업한 식당이 5년 이상 살아남는 비율은 전체의 28.7% 수준이며 전국적으로 보면 올해동안 음식점 5곳 중 1곳 꼴로 폐업했다고 한다. 사실 주변에 끊임없이 간판이 바뀌는 음식점들을 바라보면서 벼랑끝을 향해 달려가는 무모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기업도 과거에 자신이 겪었거나 경쟁사, 또는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경험한 위기사례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똑똑한 인재들을 모아서 뽑아놓은 기업에서조차 이런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단위의 학습이 어렵다는 말도 된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을 보면서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 자동차 노조, 수십년째 이어온 실력행사의 전통(?)을 꾸준히 지켜가고 있는 국회, 똑같은 유형의 화재발생으로 인명피해를 반복하는 물류업계의 모습에서 개인보다 못한 거대조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게 다 위기관리 담당자들과 컨설턴트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메아 쿨파(Mea Culpa)!
2008. 10. 19. 01:19

동전 10개: 세계적인 위기관리 매니저의 조건(?)

듣고 듣고 또 들어라!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 실린 화이자제약의 회장 제프 킨들러가 하는 말이다. 잭 월치 등 이전의 상사들로부터 위기관리 능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 화이자 회장직에 취임한 첫번째 인물이다. 뛰어난 '경청형 리더', '리스크 관리 리더'로 불리는 그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 재미있다. 킨들러 회장은 매일 1센트짜리 동전 10개를 바지 한쪽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직원과의 소통을 잘 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다른쪽 주머니로 옮겨 넣는다고 소개했다. 모든 동전이 다른 주머니로 옮겨갔을 때 스스로 하루에 대해 100점을 준다고 한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총수로서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철학을 매일같이 실천하기 위해 이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성공한 브랜드에는 멋진 이야기가 따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멋진 이야기가 있었기에 그가 더욱 성공적일 수 있었겠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관련해 던진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그야말로 모범답안들 제시하고 있다. 그는 위기 상황일수록 기본에 충실히 한다고 답한다. 즉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조직의 존재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항상 고객의 목소리에 주의 깊게 귀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직원들(Boundary Spanner)과의 '솔직한' 양방향 소통을 강조했다. 킨들러 회장은 최일선에 있는 직원들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이를 재구성한 다음 전체적인 대응방향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그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위기관리 대응방침은 우리 회사에서 고객사들에게 제시하는 방향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어 반가웠다. 다만 변호사 출신임에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겠다. PR인들이 법무팀과 같이 일할 때 부딪히게 되는 부분에 대한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2008. 10. 12. 16:45

위기관리와 '사랑니 뽑기'

아주 오래 전에 사랑니가 아파서 치과를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수술예약을 해 놓은 뒤에 통증이 가라앉게 되자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발치수술을 직전에 취소해 버렸다. 그러나 약 한달여 뒤에 통증이 재발하면서 다시 예약을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시 수술을 취소해서는 안된다'는 의사의 핀잔을 들으면서...그리고 결국 사랑니를 '시원하게' 뽑았다.

올 상반기에 회사로  위기관리 서비스 제안요청을 했다가 중간에 논의를 중단했던 한 기업과 관련, 해당 업체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문제요인이 '실재'했음이 최근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실 해당 제안서를 준비할 당시에도 관련 사안의 중요성을 높게 판단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실체적인 문제요인이 있으면서도 진정한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경우 컨설턴트로서 많은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용역 출발선에서부터 정확한 문제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제한된 정보를 제공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라이언트사의 의지가 없을 경우 진정한 의미의 '성공사례'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각 조직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과연 언제 시작 할 수 있을까? 심각한 위기요인이 없거나 발생가능성이 낮은 조직에서는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도 못하며 따라서 그 예산이 정당화되기 어렵다. 한편 구조적으로 위기요인이 상존해 있는 조직에서조차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위기요인 자체가 조직의 일상속에 '내재화' 되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직의 경우 기존의 문제점들을 기존 시각에서 관습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조직 외부에서는 가장 앞선 사회적 논의와 윤리의 잣대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를 잘 깨닫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자사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는 것 자체에 크게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위기관리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기 까지의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왜냐하면 많은 기업에서 위기(?)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에 대해 외부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긴급한 서비스 문의가 있는 경우에도 바로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으면 성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클라이언트사와의 논의 도중에 문제가 터져 외부에 널리 공개되었거나 아니면 내홍을 겪다가 이슈가 자연적으로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요인은 앓던 '사랑니'처럼 조직 내부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언젠가 다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각 조직에서 체계적인 위기관리가 시작되는 시점은 각 개인이 종합건강진단을 받는 시점과 비슷할 것이다. '종합진단'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검사를 신청하는 반면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쓰러지고 나서야 검사를 신청하게 된다. 물론 회복이 가능하다면.

2008. 7. 14. 16:40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폐지로 인해 사실상 예견된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는 지적(한겨레 7/14/ 2008)이 있다.  또한 실무차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보고 시 완벽한 대안 또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불호령이 떨어지는 MB 스타일 때문에 담당자들이 해결책을 찾느라 보고가 늦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먼저 NSC사무처의 폐지는 사무처의 월권과 독주로 인해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중앙 SUNDAY, 2/17/08).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인지의 진단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의 경우 보고와 경위파악과정을 동시에 묶었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중앙일보 (7/14)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민 피해자 신원 및 경위파악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대통령에 보고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최근 콜롬비아의 인질범 구출작전에서 자국민이 풀려났던 프랑스의 경우도  대사=>외교장관=> 대통령에 이르는 '급행보고'가 이뤄졌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주요 사건 발생시 최초 발견자가 최소단계를 거쳐 최고 책임자에게 보고할 수 있는 '급행보고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동시에 최고 경영자 (대통령)의 의도가 명확하게 실무자(일선 공무원)들에게 까지 전달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긴박한 위기상황 속에서 완벽한 답을 기다리다 실기를 자초하는 지휘관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른바 지휘관의 의도(Commnader's Intent)가 무엇인지, 어떻게 아래에까지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간이 급박한 상황에서 경위파악 및 제한된 해결책을 마련하려다 실기하는 사태가 빈번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최고 지휘권자가 fact 중심의 초기보고와 제한된 시간 내의 경위파악 및 대안제시 등으로 이원화된 보고체계를 주문한다면 이런 긴박한 시기에 실기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2008. 4. 30. 00:22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회사에서 고객사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루 종일 위기 관리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기존의 단순한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시 언론대응교육의 수준을 뛰어 넘는 실질적인 모의훈련이었다.  약 한 달간의 위기요소 진단과정을 통해서 파악된 위기요인들을 일련의 상황속에 체계적으로 녹여넣음으로써 그야말로 역동적인 모의훈련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물론 진행 상 몇가지 실수들도 있었지만 훈련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트레이닝에 임해 주었고, 훈련성과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주어서 우리 트레이너들도 상당히 고무되었다. 반면에 트레이닝에 투입된 영상촬영팀은 약간 불만인 듯한 눈치였다. 일반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에서는 한번 카메라 세팅을 하고 나면 거의 움직일 필요가 없었는데 이번 모의훈련에서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계속 옮겨다니며 촬영을 하게 되었으니 무척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기업의 교육참가자들은 대학생들의 교수 수업평가 이상으로 강사의 자질이나 교육의 질에 대해서 적나라한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육, 트레이닝, 나아가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에 개발된 교안이나 포맷에 대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회사 역시 부분적으로 정체되었던 순간들도 있었고 고객들에게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읽을 수 없을 때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회사 직원 모두는 부사장님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개선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오늘 그 과실의 일부를 맛볼 수 있었다.  

훈련참가자들의 평가의견 중에는 이미 준비된 일련의 시나리오에 대응을 하게 되어 한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에는 더욱 interactive한 시나리오 전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봐야겠다.

2008. 4. 14. 02:02

위기관리의 전문성(?)

'모든 위기는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사회적으로 해결된다.' 어디선가 이런 표현을 들어 본 것 같다. 실제적인 위기요인의 영향력이나 발생가능성 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될 때 정말 '위기'상황이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클라이언트들과 위기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클라이언트들이 질문을 던진다. 혹시 재무관련 리스크 분석도 하시나요?  생산공정관련 리스크 분석은? ......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해당분야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게 되어 난감해 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내 위기관리의 사회학적인 관점에 대해 스스로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위기관리 컨설팅사에서는 이러한 분야별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양한 위기요인들이 실제 '위기'로 발전하는 과정은 결국 사회적인 현상을 통해서 이다. 위기의 원인이 재무적인 것이든, 기술적인 것이든, 범죄에 의한 것이든 간에 위기대응이나 처리방식은 사람들이 회적인 과정이며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위기가 발생한 담당부서에서는 해당 위기요인의 특수성 또는 전문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위기의 일반적 사회적 특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자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같은 문제를 고객이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베블렌이 말한 'trained incapacity'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같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리라.  

실제로 위기의 확산은 언론의 증폭과정을 거치고 있다. 평소에는 주목할 가치가 없던 일상적인 일들, 기사가치가 없던 현상들이 갑자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예를 들면 소비자단체에 집계된 수십건의 이물질 검출 사례는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 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가 새롭게 전달된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렇게 불평할 것이다. 원래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재수없게 엮였다고...

한편 기자들은 다른 기자들이 쓴 기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동종업계나 다른 계열사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위기상황은 쉽게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제공하는 위기관리 서비스는 해당 조직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기중심적인 관점을 벗어나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각 업무분야의 '전문가'들이 '비전문가적인 일반인들의 시각'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소 역설적인 역할.

2008. 3. 29. 23:24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10가지 이유에 관해

김호님이 블로그에 올린 자료 '당신의 위기관리계획이 쓸모없어진 10가지 이유(Eric Dezenhall 저)'라는 글을 읽고 느낀점을 몇 자 적어본다. 10가지 이유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찰력과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1. 조직 미션의 혼재 (mixing corporate missions)
매순간 새로운 가치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커다란 시대조류나 조직의 미션이 아니라도 매 시기의 주요 화두는 조직 미션과 거의 맞먹는 중요한 아젠다로 등장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식품안전이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전에는 대수롭게 넘어 갈 일도 기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초상집에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고 문상을 간 히피족이 될 수 있다.  

2. 과학의 재발견(Science Redefined)
포스트 모던 시대에 더이상 과학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지 못한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해당 업체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과학의 권위를 이용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과학이 더 이상 업체의 잘못을 감싸 줄 수 있는 독점적인 쇼올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3. 금력? 근력? (The muscle of money)
 상위 10개 NGO의 재정이 100억달러를 넘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엄청난 명예훼손 소송금액으로 반대의견을 짓누르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간의 네트워킹이 강화되고 있으니.

4. 경량급 언론(Media lightweights)
흥미로운 통찰력이다. 재정적인 압박의 심화로 인해 많은 언론사들이 경험없는 신참내기 리포터들을 많이 쓰고 있고, 휴대폰 카메라에 의한 제보나 UCC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5. 월스트리트 압박(Wall Street shakedown)
  이미 사회적 기업만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운용되고 있는지 오래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장하성펀드가 운용되고 있지 않은가.

6. 잠옷입은 블로거(pajama-clad bloggers)
위에서 언급한 경량급 언론과 비슷한 요인으로 잠옷차림으로 활동하는 '시민언론' 리포터들에 주목하고 있다.  

7. 코메디 vs. 뉴스
젊은이들이 뉴스나 정치에 관심을 잃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오랜 이야기이다. 코메디에서 비꼬는 소재들을 통해 처음 관련 뉴스를 접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니...

8. 브랜드 활용(?)(Co-opting your brand)
아주 중요한 지적인 것 같다. 똑똑한 시민단체들은 기업들이 브랜드 관리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브랜드를 공략해서 그들의 항복을 받아 내고 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9. 지적재산권의 몰락
각종 불법다운로드나 복제물에 대해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재미없는 얘기같아 보인다.

10. 체를 통해 흘러나가는 정보유출 (leaking like a sieve)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다.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이기 때문에 주로 외부자들을 대상으로하는 정보보안이 효과없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미 많이 강조 되고 있는 whistleblower. 아마 서구에서는 15분짜리 토크쇼의 명성을 얻거나 출판을 염두에 둔 내부고발자들이 많은 듯한데 모 변호사의 케이스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아직 내부고발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편인듯하다. 평가야 어떻든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니 해결책은 깨끗해 지는 수 밖에 없을 듯...

그렇다고 모든 계획이나 매뉴얼이 더이상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매뉴얼을 경전으로 생각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부적합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며 모의훈련을 통해 그 실효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