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6.16 현대자동차의 'Wedding' 광고
  2. 2009.03.16 기업의 사과방식 4
  3. 2008.11.20 사과문 템플릿(Ready-made Apology)의 한계 4
2010. 6. 16. 12:30

현대자동차의 'Wedding' 광고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현대자동차의 월드컵 광고 논란은 다행히도 소셜미디어 덕분에 신속하게 수습되고 있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회사측에 신속하게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문제의 커머셜은 금방 내려졌고, 유튜브에서도 삭제될 수 있었다. 만일 이러한 피드백이 회사에 접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졌을 것이다.  

지난 6뤌 13일 미국의 한 톨릭 액션단체(Catholic vote) 블로그에는 회사측에 항의메일을 보낼 것을 촉구하는 포스팅이 올라왔고 여기에 8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물론 초기 댓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고 불매운동을 펼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14일에 들어서면서는 여러 사람들이 회사측에서 보내온 사과메일을 퍼올리기 시작했다. 사과메일을 받았다는 것은 이들이 이미 기업측에 항의메일을 보냈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로보터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회사의 사과를 받아 들이거나 신속한 조치에 만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에서는 광고가 실제 아르헨티나에 있는 "Hand of God Church"를 본 딴 것이지 카톨릭교회를 희화화한 것이 아니라는 현대자동차를 옹호하고 있었다. 

사실 종교를 소재로 한 광고의 논란으로는 베네통이 유명하지만 이번 경우는 카톨릭의 주요 상징이 희화화되었다는 점이 조명을 받고 있다. '가시관'을 쓴 축구공이나 '피자'를 나누는 성체의식 등 카톨릭의 주요 상징이 카톨릭 시청자들을 자극한 것이다. 기업의 본래 의도를 떠나서, 당시 다수의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즉, 주요한 종교적 상징을 축구공과 직접적으로 결합(wedding?)시키지 않고 더 완곡한 장치들로 바꾸었더라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현대자동차의 사과문도 주목할 만하다. 의도하지 않은 논란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메일의 첫 부분에서는 자사의 광고에 대한 관심과 피드백에 대해서 감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 다음 축구와 종교적 모티브를 활용해서 축구팬들의 열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예상치 못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 효과에 대해서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은 적절한 수준의 사과문이라고 생각한다.

* Hyundai Motor America의 답변

Hello and thank you for your feedback regarding Hyundai advertising.

Hyundai Motor America would like to thank you and other consumers for sharing concerns about a new ad titled “Wedding” which aired during the opening games of the FIFA World Cup broadcast last week. We take comments of this nature very seriously. Because of feedback like yours, we have removed the ad from all Hyundai communications and stopped airing it.

We credit the passionate World Cup viewers and Hyundai owners for raising this issue to us. The unexpected response created by the ad, which combined both soccer and religious motifs to speak to the passion of international soccer fans, prompted us to take a more critical and informed look at the spot. Though unintentional, we now see it was insensitive. We appreciate your feedback and hope you will accept our sincere apologies.

With appreciation,

Hyundai Motor America

2009. 3. 16. 00:36

기업의 사과방식

최근 김호 사장께서 중앙 이코노미스트에 게재한 사과의 기술 칼럼에서는 주요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과방식의 여섯가지 원칙에 대해서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이를 이해한대로 요약해 보면 ①사족을 달지 않은 조건없는 사과일 것, ②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사과의 표명일 것, ③유감표명과 동시에 책임을 인정할 것, ④보상 및 개선의지를 표명할 것, ⑤재발방지 의사를 표명할 것, ⑥용서를 구할 것 등이 되겠다.   

사실 형식적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솔직하고 정확한 상황판단 뿐만 아니라 용기가 필요하다. 더우기 위의 여섯가지 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사과의 요소는 다면적이며 미래의 실천의지가 표명된 진정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같은 조직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개인이나 조직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사과하는 경우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감수해야겠지만 개인은 자신의 결단에 따라 사과를 감행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의 경우 단순한 개인의 합이 아니므로 하나의 법인으로서 대표성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CEO가 사주인 경우와 협의체라든가 다양한 주주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 아무래도 사과의 방식은 다르게 결정될 것이며 그 실천과정도 복잡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경우 진정한 사과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단기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독립적인 거래행위(즉 순간을 모면하려는 회피 및 부인 등)로 파악하거나 (경영진의 진정한 관심이 없을 경우) 홍보담당자의 '기술적인' 연설문 작성행위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조직이 행한 일련의 행위라는 연속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즉 이해관계자들은 사과문에 담겨있는 내용대로 기업의 실천 가능성 및 실행여부를 같이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김호 사장께서는 칼럼의 끝에서 사과의 시기 및 쌍방향성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건 (특히 외부의) 사람들은 사과의 시점, 쌍방향성 및 깊이를 가지고 해당 조직의 진정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방식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인 탓이다.
2008. 11. 20. 00:21

사과문 템플릿(Ready-made Apology)의 한계

세스 고딘이 최근 한 제약회사의 사과문을 보고는 약간 발끈했다. 문제의 업체는 최근 '아기 안고다니기(wear the baby)'라는 소셜 미디어 광고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광고를 즉시 중단했다. 세스는 최근 논란이 된 문제의 광고가 아닌 해당 업체가 내건 사과문에서 진정성이 담겨져 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스에 따르면 사과문은 "We feel your pain"이라고 적혀 있는 회사 슬로건 처럼 담당자가 '소비자들의 불쾌함을 같이 느끼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글도 아니고, 사과문 하단의 링크도 이번 사과문과 전혀 관계가 없다. 

사실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개인이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쓰기는 쉽지 않다. 법적인 책임공방이 벌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사과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적힌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는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에 관한 질문이 적혀 있다. 이 링크를 누르면 FAQ로 연결되는데 '일시적으로 품절되었다'는 친절한(?) 답변이 나온다.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접한 소비자들은 아마 해당 링크를 보고 광고 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까지 중단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링크는 이번 사과문과 아무런 관계없이 기존 템플릿에 포함된 내용일 뿐이다. 

물론 이 정도의 신속한 대응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과는 단순히 사과를 표명했다 안했다의 차이를 넘어서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표명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짐을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다. 템플릿을 준비해 두었다고 안심하지 말고 해당 구성요소가 실제 상황과 상충되지는 않는지 확인 또 확인해 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