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4. 02:02

위기관리의 전문성(?)

'모든 위기는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사회적으로 해결된다.' 어디선가 이런 표현을 들어 본 것 같다. 실제적인 위기요인의 영향력이나 발생가능성 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될 때 정말 '위기'상황이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클라이언트들과 위기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클라이언트들이 질문을 던진다. 혹시 재무관련 리스크 분석도 하시나요?  생산공정관련 리스크 분석은? ......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해당분야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게 되어 난감해 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내 위기관리의 사회학적인 관점에 대해 스스로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위기관리 컨설팅사에서는 이러한 분야별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양한 위기요인들이 실제 '위기'로 발전하는 과정은 결국 사회적인 현상을 통해서 이다. 위기의 원인이 재무적인 것이든, 기술적인 것이든, 범죄에 의한 것이든 간에 위기대응이나 처리방식은 사람들이 회적인 과정이며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위기가 발생한 담당부서에서는 해당 위기요인의 특수성 또는 전문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위기의 일반적 사회적 특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자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같은 문제를 고객이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베블렌이 말한 'trained incapacity'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같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리라.  

실제로 위기의 확산은 언론의 증폭과정을 거치고 있다. 평소에는 주목할 가치가 없던 일상적인 일들, 기사가치가 없던 현상들이 갑자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예를 들면 소비자단체에 집계된 수십건의 이물질 검출 사례는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 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가 새롭게 전달된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렇게 불평할 것이다. 원래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재수없게 엮였다고...

한편 기자들은 다른 기자들이 쓴 기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동종업계나 다른 계열사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위기상황은 쉽게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제공하는 위기관리 서비스는 해당 조직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기중심적인 관점을 벗어나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각 업무분야의 '전문가'들이 '비전문가적인 일반인들의 시각'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소 역설적인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