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6.17 월드컵 16강 시나리오 구축에서 배우자
  2. 2010.01.04 가격인상의 기술
  3. 2009.02.09 '섬유조직염' 투자논란
2010. 6. 17. 17:35

월드컵 16강 시나리오 구축에서 배우자

2010 남아공 월드컵 2차전을 앞두고 16강 진출 가능성에 관해서 조선일보에서 재미있는 분석을 내놨다. 상식과 달리, 승점 5점을 받는 것이 승점 6점을 받는 경우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승점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팀간의 승패관계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승점 5점은 이미 같은 조에 속한 다른 나라들과의 상대적인 전적을 내포하고 있다(1승 2무).   승점 6점에도 상대적인 전적이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2승 1패) 다른 팀들의 골득실 차이에 따라 명운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움직임이나 성패까지 고려한 시나리오 분석이 단순한 자기 중심적인 분석사고보다 정확한 것은 당연하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도 위기나 이슈관리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예상하기 힘든 경우의 수(think unthinkable)를 헤아리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나아가 사안의 예상전개방향, 주요 이해관계자의 행동가능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슈가 장기화되거나 복잡할 경우에는 단기적인 대응보다 자사의 포지션과 행동의 일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것이다. 미디어의 논조나 여론의 향방은 쉽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 1. 4. 00:18

가격인상의 기술

What A Deal!
What A Deal! by Adam Melanc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새해 첫날부터 예고없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던 커피전문점 A사에게 계속해서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뒤늦게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언론의 포화를 늦추지는 못했다. 사실 약 1년여 전에 약간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했던 경쟁업체 B사의 경우에도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았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물론 관련기사에서 기자들도 적고 있듯이 각 기업은 담합을 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커피 가격 인상에 대해서 언론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사뭇 전과 다르다. A사의 경우 300원을 인상했지만 관련 언론보도는 이른바 주요 매체들을 포함해서 수십건의 보도가 기록되고 있다, 반면에 B사는 200원에서 700원까지 인상해 그 폭이 훨씬 컸음에도 불과 몇몇 매체에서만 잠시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을 뿐이었다. 물론 양 사의 언론관계 능력의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기사에서 짚고 있는 쟁점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A사의 경우 연초에 업계 1위업체가 보인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일단 형식적인 측면에서 가격인상과 관련해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논리적인 측면에서 해명보도자료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짚고 있다. 즉 몇몇 비수기 상품의 가격인하를 내세워 가격인상이 아닌 '조정'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한 거부감, 사전고지를 할 경우 타 업체의 동반 인상 가능성 우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커피 전문점은 주요 경쟁사인 B 커피전문점이 지난해 가격을 올릴 때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했기 때문에 적절한 설명이 있었다면 별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해당 커피전문점은 별도의 공지없이 슬그머니 넘어가기로 결정했고 결국 그 선택은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결국 논점은 이벤트 공지 등과 같이 필요할 때에만 보도자료를 내보내지 말고 가격변동 등 기업의 주요 정책 변동이 있을 때에도 빠짐없이 공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상장사들이 주요 정책변화 시 공시의무를 지듯이 정보를 가감없이 지속적으로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커피전문점 뿐만 아니라  저용량 단위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기존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서 실질적인 가격인상 효과를 얻으려는 기업들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들이 있었다. 사실 가격 인상폭의 크기나 빈도 보다는 그 변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당성이 없다면 다소 시간이 지나더라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국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하게 인상배경을 밝히는 것이 이번 경우처럼 지나친 언론의 관심과 빈축을 피하는 방법이 아닐까. 사실 명품과 같은 고가품은 아니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역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커피 애호가들의 증가를 통해 국내시장을 급속하게 만들어 냈다. 그리고 가격 그 자체가 커피 구매결정의 큰 요인이 되지 않음은 가격인상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온 B사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기사들이 이번 가격인상에 따른 업계의 파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PR 실무자로서 나는 A사 및 동종업계의 학습능력을 한번 기대해 본다.
2009. 2. 9. 19:59

'섬유조직염' 투자논란

미국의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Eli Lilly)와 화이자(Pfizer)사가 아직까지 공식적인 질병으로 확인되지 않은 '섬유조직염'에 대한 컨퍼런스 및 교육 프로그램에 약 6백만달러를 지출한 사실이 알려져 현지에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 암이나 에이즈 등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한 치명적인 질병이 많이 있음에도 새로운 질병인지 조차 확인되지 않은 증상에 대해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비난이다.

관련 제약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원인모를 통증을 호소하는 가족이 있기에 관련 기사에 더욱 눈길이 간다. 원인규명 여부를 떠나서 실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 자체를 무의미한 것 또는 '호사'로 폄하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문제로 인식할 때에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의 질병으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향후 연구성과에 따라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수도 있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막대한 정부예산이 중요도가 높은 다른 질병연구에 쓰이지 않고 병명도 확실하지 않은 증상에 관한 연구를 위해 사용되었다면 문제가 좀 더 심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연히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회사에서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NASA의 우주개발 계획 같은 주요 과학기술 프로젝트들은,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예산 감축압력을 많이 받게 된다. 공공부문의 예산집행은 대체로 사업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므로 해당 사업이나 정책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인도주의적 프로그램들은 늘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는 하지만 어차피 근본적인 빈곤 또는 질병퇴치가 어려운 이상, 각종 중장기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해당 제약사들의 대응방식은 물론 평소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였다고는 하나 정작 해당 사업과 관련해 이슈관리 및 정당성 관리에는 제대로 신경을 썼는지 모르겠다. 창의적인 마케팅, 교육프로그램의 기획 및 실행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성원들에게 알려 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관련 사업의 중요성 및 정당성을 항상 당연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로부터 그 가치를 끊임없이 재인정받기 위해 항상 정치사회적인 환경의 변화에 유의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