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07 때늦은 기자회견
  2. 2010.04.06 기밀주의 vs. 기밀보호
2010. 4. 7. 23:35

때늦은 기자회견

천안함 침몰관련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 및 생존장병 기자회견을 보면서 착잡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행사의 주요 목적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의 규명'이 아닌 '의혹'해소에 맞춰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발표 주체였던 민군합동조사단은 조사결과의 객관성을 표현하기 위해 "~했음이 확인되었다"는 투로 각 의혹에 대한 답변의 결론을 내렸다. 또한 피해자이자 증인의 신분임에도 생존 장병들은 무성한 '의혹'을 벗기기 위해 애써 답변을 제시하곤 했다. 부정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용어로 바꾸어 답한다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그들이 민군합동조사단이었기 때문일까?  
  
이미 회견 전에도 예상되었지만 회견내용은 이전의 공식적인 당국발표와는 큰 차이점이 없었다. 생존자들에 대한 '보안교육'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 및 정부당국의 대응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외신기자조차 생존자들의 장기간 격리에 대해서는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장병들에게 '환자복'을 입히고 '의혹'을 풀어줄 증인으로 만든 것은 정부의 과도한 기밀주의,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불신의 탓이 컸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자회견의 시점 자체가 너무 늦어져서 기대할 것이 별로 없어진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의 목적은 이미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 더구나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사에게도 환자복을 입힌 이유에 대해서 '정신적 충격', '병원이라서' 라는 답변은 너무 빈약해 보인다.

기자회견의 시점이 좀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세계의 언론 앞에서 우리의 군이 취조(?)를 당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된 것이 안타깝다.
2010. 4. 6. 12:02

기밀주의 vs. 기밀보호

천안함 침몰관련 정보의 공개를 둘러싸고 군 당국과 시민단체간의 군사기밀 보호에 관한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군에서는 최근 사회지도층에서 주요 기밀사항을 공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에 시민단체에서는 '과도한 기밀주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군 당국에서 관련정보의 공개 및 민간 참여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하고 일관성없이 처리해 온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군이 관행적으로 기밀보호를 전제로 한 구조작업을 진행해 반면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속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에 언론의 정보공개 수준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청와대 입장에서는 '기밀보호'의 필요성을 직접 거론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군과 청와대의 신속한 입장조율이 필요했으며 군 당국에서라도 언론을 대상으로 군사기밀의 보호를 위해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였어야 했다. 하지만 군의 대변인이 기자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는 등 협력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군사기밀은 작전 중인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또한 기밀의 보유여부 자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특성도 있다.  하지만 기밀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경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현재 논란은 군사기밀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과도한 '기밀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 토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군사기밀보호법상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때’ ‘공개함으로서[써]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때’는 군사기밀을 공개" 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군사기밀 체계 공개에 대한 비용 지출은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겠다.  

사건발생이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많았지만, 군의 보안유지와 효과적인 인명구조 작업의 전개를 위해 필수적이었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실패했다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