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0. 16:23

구제금융시대의 샴페인 따기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자동차 빅3 사장단의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한 청문회 출석, 시티은행의 전세기 구매계획 등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이 PR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가인 제임스 루카체프스키(James Lukaszewski)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는 여러 기업들이 여전히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다면서 몇가지 충고를 하고 있다. (글의 끝에 달린 포스팅 제목"Giving America the Bird"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루카체프스키에 따르면 최근 웰스파고 은행(Wells Fargo Bank)은 성과가 높은 직원(임원)들을 대상으로 사기 진작을 위한 라스베가스 호화 여행을 계획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취소했으며 이에 대한 해명 및 반박광고를 실었다. 웰스파고 은행의 논리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은 중요하며, 여행 프로그램 예산은 기업의 수익금에서 나온 것이지 정부지원금을 전용하는 것이 아니며, 여행계획의 취소로 인해 관련업계 종사자 역시 타격을 입게 됬다. 그러니 맹목적인 비판은 좀 자제해 달라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에 대해 루카체프스키는 먼저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 것(즉 '새를 날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좀 더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 내어 실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재무상태가 어려운 상태이므로 금전과 여론의 부담을 안고서 큰 예산을 지출하기 보다 최고경영자가 손으로 직접 쓴 카드의 전달 등을 고려하는 것이 더 낫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해프닝으로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든 점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또한 시티은행이 4억달러를 들여 새로운 뉴욕 메츠 야구장에 자사의 이름을 붙이는 후원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루카체프스키는 모자라는 듯한 기업인들이 나라와 국민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분개해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기업의 수백억대 임원퇴직 수당, 전용기 구매소식 등과 관련해 불편해 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은 위에서 예를 든 미국기업들처럼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지 않았고, 오히려 수출증대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같은 상황에 놓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미 사전에 계획되어 있던 중요 사업이나 투자계획마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연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기업들 역시 역시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인 고통분담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조차 회사의 예산 활용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과 은행 국유화 논의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성향이 매우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여론의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형식적인 '인턴 프로그램'이나 '강제적인 임금 자진삭감'을 내세우는 것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PR의 많은 부분은 섬세한(Sensitive) 동시에  전략적(Strategic)이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