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1.27 Priceline의 Groundswell 대응 6
  2. 2008.12.27 돈내고 정신줄 놓기 2
  3. 2008.10.12 위기관리와 '사랑니 뽑기' 1
2009. 1. 27. 22:33

Priceline의 Groundswell 대응

Logic + Emotion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David Armano는 최근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Priceline가 겪을 뻔했던 잠재적인 Groundswell에 관한 이야기를 포스팅했다. 이 사례의 발단은 Priceline을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어느 가족이 2도 화상을 입은 아기 때문에 항공권 스케줄 조정/환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면서 시작된다. 이같은 사실을 친구로부터 직접 들은 Cat이라는 여성은 친구의 사례를 블로그, Twitter, 이메일 등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자신의 친구를 도와 줄 것을 주위에 요청했다. 그리고 Cat은 최초 포스팅 후 약 1시간 만에 어려움을 겪던 친구가 Priceline으로부터 환불조치를 통보받았음을 알게 된다.


이같은 사례를 분석한 David은 비록 Cat의 Twitter서비스 follower가 약 150여명으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어서 영향력이 컸다고 할 수 없지만, 그녀가
특히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게 Re-tweet(퍼나르기 또는 일종의 Viral)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고 노력했음에 주목한다.  

사실 Priceline의 환불조치가 반드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David에 따르면, Priceline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 전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항의전화 및 이메일이 접수되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사례는 소셜미디어의 힘에 Priceline이 굴복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Priceline이 훌륭한 온라인/오프라인 모니터링 서비스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한 사례로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순수하게 온라인상의 효과만을 지니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 Priceline이 최초의 결정을 번복하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곤란에 처한 가족들의 친구들이 보여준 결전(?)의 의지로 미루어 보아 이 회사의 조치가 늦거나 미약했다면 온라인상의 Groundswell로 발전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따라서 부정적인 이슈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예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례는 없었다고 할 지라도 정당하고 적절한 사유라고 판단된다면 해당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환불조치를 시행함으로써 기업의 위기를 예방하는 동시에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적극적인 위기예방 사례가 많이 소개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008. 12. 27. 22:00

돈내고 정신줄 놓기

며칠전 난생처음으로 내 정신을 의식적으로 놓아 버렸다.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기본검사에 사비를 보태 수면내시경을 한 것이다. 몇달 전에 집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에 이미 예약을 해 놓은 터라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검진장소로 갔다. 접수처에는 'xxx부문 전국 진단평가 1위'라는 배너광고가 붙어 있었다. 같은 진료분야는 아니었지만 광고를 보니 병원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뒷받침해 주듯이 병원 곳곳에는 '주사약병 파편제거를 위해 본 병원에서는 필터 주사기를 사용'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이것 역시 웬지 모르게 검사를 앞둔 내 마음 이 약간 더 편안해졌다. 이렇게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브랜드이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준비를 끝내고 검사실 앞에서 앉아 있는데 간호사가 이름을 부른다. 벌떡 일어나 다가 갔더니 "어~ 이 분은 입원환자분이신데요."라며 당황해 한다. 다시 부른 이름을 듣고 보니 내 이름 두글자가 아닌 세글자에 발음이 비슷하지도 않았다. 쩝~ 방금전 난청검사를 받았건만...나도 황당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더니 이건 좀 심했다. 아침부터 많이 기다리기는 했었지만...

여름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했기에 아예 하루 휴가내고 병원을 다녀 오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위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은 직원들은 어떤 검사일지 궁금해 하는 반면, 이미 받은 친구들은 별 것 아니라고 웃어넘겼었다. 한편 잘못된 정보를 들은 친구들은 '사람 잡는 검사'라고 겁을 주었더랬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니 이들은 일반 내시경과 수면내시경에 대해서 구분을 하지 못했나보다.  

차례가 되어 검사실에 들어가 침대위에 가로로 누웠는데 간호사가 보호자가 없느냐고 물었다. 혼자 왔다고 하니, 만약에 대비해 보호자 전화번호를 대라고 한다. 갑자기 '혹시' 하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소시적 맹장수술을 할 때도 척추마취를 했더랬는데...전화번호를 댄 후 간호사가 물려주는대로 입에 플라스틱 장비를 끼워 넣었다. 그리곤 간호사가 오른쪽 손에 정맥 수면주사를 놓는 것까지는 기억을 했는데 그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을 했는지 ...물론 다행이다. 그러려고 수면내시경을 신청했었으니까.

다만, 정신을 차려보니, 난 감기와 검사장비 탓으로 코와 입에서 액상물체를 흘린 채 회복실에서 쪼그려 누워 있었더랬다. 입원했던 것도 아니지만, 병원의 검사침대위에 쪼그려 누워 있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웬지 측은하게 느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동안, 제지하거나 별도의 조사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장기에는 큰 문제가 없나 보다. 그래도 공식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다.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니,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 겠다는 말들이 전혀 진부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 와 생각해 보니 돈 내고 정신줄 놓고 다닌 것은 이번 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가끔씩 음주뒤에 블랙아웃을 경험하고 있으니...그래도 이날 하루는 특별한 날이었던 것 같다. 잠시 동안이긴 하지만 의료진을 믿고 내 정신을 기꺼이 정지시켰으니. 며칠 뒤에야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나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이처럼 모든 판단을 맡겨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됬다. 컨설팅을 한다는 것은 조직을 대신해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최적의 옵션을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꼼꼼한 클라이언트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스스로 정신줄을 놓아 줄만큼 내 스스로 전문성을 갖추었을지 자문해 본다. 
2008. 10. 12. 16:45

위기관리와 '사랑니 뽑기'

아주 오래 전에 사랑니가 아파서 치과를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수술예약을 해 놓은 뒤에 통증이 가라앉게 되자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발치수술을 직전에 취소해 버렸다. 그러나 약 한달여 뒤에 통증이 재발하면서 다시 예약을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시 수술을 취소해서는 안된다'는 의사의 핀잔을 들으면서...그리고 결국 사랑니를 '시원하게' 뽑았다.

올 상반기에 회사로  위기관리 서비스 제안요청을 했다가 중간에 논의를 중단했던 한 기업과 관련, 해당 업체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문제요인이 '실재'했음이 최근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실 해당 제안서를 준비할 당시에도 관련 사안의 중요성을 높게 판단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실체적인 문제요인이 있으면서도 진정한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경우 컨설턴트로서 많은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용역 출발선에서부터 정확한 문제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제한된 정보를 제공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라이언트사의 의지가 없을 경우 진정한 의미의 '성공사례'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각 조직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과연 언제 시작 할 수 있을까? 심각한 위기요인이 없거나 발생가능성이 낮은 조직에서는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도 못하며 따라서 그 예산이 정당화되기 어렵다. 한편 구조적으로 위기요인이 상존해 있는 조직에서조차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위기요인 자체가 조직의 일상속에 '내재화' 되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직의 경우 기존의 문제점들을 기존 시각에서 관습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조직 외부에서는 가장 앞선 사회적 논의와 윤리의 잣대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를 잘 깨닫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자사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는 것 자체에 크게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위기관리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기 까지의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왜냐하면 많은 기업에서 위기(?)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에 대해 외부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긴급한 서비스 문의가 있는 경우에도 바로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으면 성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클라이언트사와의 논의 도중에 문제가 터져 외부에 널리 공개되었거나 아니면 내홍을 겪다가 이슈가 자연적으로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요인은 앓던 '사랑니'처럼 조직 내부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언젠가 다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각 조직에서 체계적인 위기관리가 시작되는 시점은 각 개인이 종합건강진단을 받는 시점과 비슷할 것이다. '종합진단'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검사를 신청하는 반면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쓰러지고 나서야 검사를 신청하게 된다. 물론 회복이 가능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