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3. 23:10

뒤늦은 인수인계

지난 주말 저녁에 갑자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예전 회사에서 담당하던 클라이언트 건으로, 기자들이 전화를 건 것이다. 그동안 후임들은 출입기자들만 주로 상대했을 터라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사회부에서는 예전 기록을 보고 내게 연락을 해 온 것같다. 관련된 분들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불행중 다행히도 사안이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전화 중에는 해당 클라이언트 건으로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기자들의 문의가 다수여서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다 . 기자분들께 이직사실과 함께 담당AE가 연락드리도록 조치하겠다고 알려드렸다. 알아보니 해당 클라이언트는 현재 새로 입사한 분이  맡고 있었다. 하지만 직속 후임과 연락이 되지 않아 어쩔수 없이 일면식도 없던 담당AE에게 기자분들의 문의와 관련해 일단 문자로 전달하고 기다렸다.

다행히도 잠시후 담당AE와의 연락이 이뤄졌다. 밤 10시쯤 담당AE로부터 기자들의 문의는 잘 처리했으니 걱정 말라는 문자 메시지가 날라왔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애정(?), 기자들과의 관계관리, 그리고 책임감이 서로 어우러진 덕택에 새로운 후임과 뜻하지 않은 인수인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말 저녁 낯선 사람으로부터 던져진 일이었지만, 당황하거나 불평없이지 않고 잘 대응해 준 그 후배에게 감사한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해야겠다.
2010. 8. 18. 16:26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준비태세 점검(?)

최근 국내 기업들의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모 업체에서 트위터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정용민 스트라태지 샐러드 대표는 미국의 소셜모니터링 서비스업체인 Radian6를 상대로 비슷한 잘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은 바 있다.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듣기'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의 모니터링 또한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실험은 기업들에게 있어서 과연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해당 업체는 소비자라고 할수는 없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테스트 결과를 발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는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이름이나 브랜드가 포함된 질문을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을 모니터링한 기업들도 답변을 안할 가능성이 있다. 모니터링의 목적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나아가서 소비자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이번 질문은 이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들은 앞으로도 조사, 연구목적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실험을 통해 나타나는 기업의 침묵에 대해서 단순히 모니터링의 부재 또는 실패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계정을 활발히 운용하며 소비자와의 대화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이미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만일 해당 업체에서,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중이거나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기업들이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좀 더 정교한 상황적인 장치를 만들어 냈다면 어땠을까? (질문 가운데 일부 기업명이나 브랜드명은 부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심리학자들이 필드에서 실험을 진행하듯이, 대안적인 설명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면 좀 더 명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클라이언트를 당황하게 하기보다 사전에 (잠재) 클라이언트와의 협의하에 미스테리쇼퍼와 같은 형태로 진행하는 실험은 어떨까?

모쪼록 실험적이면서도 대담한 이번 테스트가  순조롭게 잘 마무리되고, 의미있는 결과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0. 7. 30. 00:29

'한 발 늦는 소비자'가 더 무섭다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라는 단어가 이따끔씩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의미상으로는 기업의 약점을 잡고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일부 소비자들을 가리킨다. (참고로 '블랙컨슈머'는 영어로 흑인 소비자층을 뜻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면 어감이 강하지만 '소비자 협박(consumer blackmailer)' 등으로 적는 것이 맞겠다.) 최근 기업의 적극적인 맞대응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소비자 행동주의(activism)에 대한 폄하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들의 문제제기 방식, 절차의 정당성, 그리고 기업대응의 투명성에 대한 여론의 판단은 장기적으로 '소비자 행동주의'나 '기업'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하는 소비자들은 어떨까? 최근 트위터 상에서는 '묵은 정보'를 뒤늦게 확인한 개인이 온라인에서 다시 퍼뜨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미 많이 알려진 사건사고 소식을  다시금 전하는 경우다) 이미 이전 소식을 인지했던 사람들 조차도 또다른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예전 소식을 재전송하게 된다.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 올리는 '묵은' 정보나 부정확한 입소문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단 트위터와 같은 단문서비스 사용자들은 이동시 접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답장이나 리트위팅이전에 다른 소스를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전달받은 메시지의 사실관계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나 반박은 팔로워-팔로잉 관계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요한 소식을 남보다 먼저 전한다는 '특종'의 유혹은 일반인들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이 지났거나 잘못된 정보도 검증받지않고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비자 중심의 시대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소 조심스럽지만 이를 '게으른 소비자(lazy consumer)' 또는 '옐로우 컨슈머(yellow consumer) 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적인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고 한발늦게 '전파'에만 신경을 쓸 경우 '개인 미디어들' 역시 '옐로우 저널리즘'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불필요하게 제품 및 기업 불신, 구매 유보, 대규모 환불소동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의도성은 없었지만 구글뉴스가 약 6년전 기사를 잘못 재전송하면서 UAL 주가가 11% 이상 폭락한 사례가 있음). 

 하지만 사실(fact)에 근거하지 않은 '헛소문'이 아니라 과거 사실에 관한 내용일 경우, 기업에서 컨텐츠 정정/게시 중단을 요청하기 어렵다. 기업에게는 이미 지나간 소식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정보'이며 '뉴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특히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 신속한 사실 관계의 확인
    먼저 모니터링 결과를 신속하게 내부담당자와 공유하고, 포탈, 커뮤니티, 블로그, 트위터, 미투데이 등 온라인 상에서 소개되고 있는 자사관련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해당 사안에 관한 기본적인 회사의 입장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 기존사례 조치사항 및 현황 자료 준비
    온라인상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거나 이미 복구나 이행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이를 뒷바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관련 현황자료는 언론 및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 활용될 수 있다.   


  •  메시지 확산구도 분석 및 주요 접근채널 확보
    모니터링과 동시에 논란의 진원지(최초 문제 제기자 및 인용소스) 및 주요 확산채널 (영향력 트위터)를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접근 채널 및 대응메시지를 확보해야 한다. 


  • 참여방법에 대한 결정과 실행
    기업의 입장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대화에 개입하는 수준을 결정하고 실행한다. 물론 평소에 기업의 소셜미디어 정책과 계정구축이 이루어져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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