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1. 01:01

아이폰4와 잡스 스타일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4의 수신품질에 대한 관심이 나라안팎으로 뜨겁다. 기술적인 논란과는 별도로 애플사의 초기 대응 및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기자회견에 대한 논란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보도를 보면서 생각나는 점을 몇가지 정리해 본다. 

1. 품질에 대한 자신감 vs. 경청의 자세
애플사의 대응방식이 초기의 문제제기를 무시했다가 대규모 리콜사태를 겪은 도요타 자동차의 궤적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두 회사 모두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경청'의 자세를 지니는데 방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요타 자동차 본사 직원들의 자부심이 로컬 소비자의 '체험'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반면에 애플의 경우 기업문화라기보다 CEO의 카리스마적인 사업방식이 이번 논란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잡스의 의견이 해당 제품설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존 개퍼(John Gapper)에 따르면, 잡스는 이번 논란이 유례없는 애플사의 성공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질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 “I guess it’s just human nature, when you see someone get successful you just want to tear it down.”)  그는 잡스가 어느 IT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은 아무런 생산적인 업적도 없으면서, 성과를 이루어 낸 사람들의 공을 비판하거나 그들의 동기를 비하하는것은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이야기를 소개했다. (“By the way, what have you done that’s so great? Do you create anything, or just criticise others’ work and belittle their motivations?” ) 결국 아이폰4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기술적인 근거가 없으며, 흠잡기 좋아하는 일부의 뒤틀린 심성때문이라는 얘기가 되고 만다.

스티브 잡스는, 쏟아지는 비판에 애플사는 충격받았고, 당혹했으며, 당황했으며(“stunned, upset and embarrassed”), 자료를 찾고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준비하느라 대응에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인지 최근의 기자회견은 여느 제품발표회와 달리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물론 1위업체에 대한 미디어의 집중적인 관심과 비판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서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2. '물귀신' vs. 해명
결국 뛰어난 마케터이자 커뮤니케이터인 스티브 잡스도 최근에 보여준 위기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부족한 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이슈는 업계 공통의 문제점임을 지적하며 경쟁업체인 블랙베리, HTC, 삼성의 제품을 보여주었다. 도요타 자동차가 문제를 협력업체의 탓으로 돌리려다가 해당업체의 반발을 샀던 것처럼 애플사 역시 블랙베리 제작업체의 반발을 유발했다. 또한 그는 애국심에 호소하려는듯 아이폰이 한국업체였으면 좋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대로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일본업체였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분명한 근거없이 제3자를 끌어들이거나 다른 가치에 호소하는 방법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변명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IT분야에서는 블로거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 무료 커버 제공 및 환불 결정, 그리고 수신품질 문제를 업계공통의 문제로 지적한 것은 적절했다고 하는 평가도 있다.) 특히 업계 선도업체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수준은 선제적이고 선도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3백만 아이폰4 구매자 vs. 720만 컨슈머 리포트 구독자
많은 IT전문지의 문제제기와 공격에도 굴하지 않던 애플사는 결국 미국사회에서 신뢰받는 소비자잡지인 컨슈머 리포트의 문제제기에 두 손을 들었다. 두터운 매니어 층을 가지고 있는 애플도 결국 대중적인 기반을 지닌 관록있는 비영리단체를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양사의 신뢰도 대결에서 컨슈머리포트가 완승한 것이다. 수신불량율이 매우 낮다는 애플의 주장과는 달리 컨슈머리포트 관계자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문제제기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소비자들의 권익이 우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록 아무도 핸드폰 때문에 생명을 잃지는 않았으며, 제품안전과 관련된 사안은 아니지만 분명히 수백만명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였다는 것이다.     

결국 일반적인 대응방식과 달리 애플사는 특유의 고집과 스타일이 담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략적인 선택이었겠지만 애플에 대한 다수의 소비자들의 평판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수신품질이 업계 공통의 문제점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가로서 애플의 주도적인 역할을 약속하고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2010. 7. 7. 06:59

시청자 관점의 방송PR

TV 방송은 타매체에 비해서 '리얼리티'가 강한 매체다. 실시간성이 강한 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 조차 편성시간대에 맞춰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심야 토크쇼는 실제 제작시간과 상관없이 늦은 밤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게 해야 '리얼리티'라는 장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에서 이러한 '리얼리티'의 허구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병역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의 방송출연, 그리고 최근 친구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에 빠져있는 연예인의 노출신을 부각시킨 드라마 홍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반대로 적극적인 해명 또는 상황을 고려한 무난한 편집 등을 기대했던 것이다. 한편 방송사 쪽에서는 사전 제작 또는 사전편집된 것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현재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데 익숙하다. 그리고 TV는 한번 틀어놓으면 시청자와 함께 저녁시간을 같이 흘러가는 하나의 환경이 된다. 그러한 미디어이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되거나 서로 상반된 메시지에 노출된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번 상반기 동안 시청자들은 각종 사건사고 및 이벤트 등으로 인해  방송편성의 변화무쌍함을 목격했다. 따라서 방송국의 민첩한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고객 서비스 관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가뜩이나 전통매체의 광고 수입이 줄고 있고, 수신료 이슈 등으로 인해 TV매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시청자 중심의 사고를 통해 이러한 간극을 줄이거나 기민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점차 매체에 대한 선호도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IPTV 등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생활시간대에 맞춘 미디어소비행태가 가속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PR의 관점을 재정립해야 할 때가 아닐까.
2010. 6. 17. 17:35

월드컵 16강 시나리오 구축에서 배우자

2010 남아공 월드컵 2차전을 앞두고 16강 진출 가능성에 관해서 조선일보에서 재미있는 분석을 내놨다. 상식과 달리, 승점 5점을 받는 것이 승점 6점을 받는 경우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승점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팀간의 승패관계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승점 5점은 이미 같은 조에 속한 다른 나라들과의 상대적인 전적을 내포하고 있다(1승 2무).   승점 6점에도 상대적인 전적이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2승 1패) 다른 팀들의 골득실 차이에 따라 명운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움직임이나 성패까지 고려한 시나리오 분석이 단순한 자기 중심적인 분석사고보다 정확한 것은 당연하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도 위기나 이슈관리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예상하기 힘든 경우의 수(think unthinkable)를 헤아리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나아가 사안의 예상전개방향, 주요 이해관계자의 행동가능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슈가 장기화되거나 복잡할 경우에는 단기적인 대응보다 자사의 포지션과 행동의 일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것이다. 미디어의 논조나 여론의 향방은 쉽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