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0. 00:21

사과문 템플릿(Ready-made Apology)의 한계

세스 고딘이 최근 한 제약회사의 사과문을 보고는 약간 발끈했다. 문제의 업체는 최근 '아기 안고다니기(wear the baby)'라는 소셜 미디어 광고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광고를 즉시 중단했다. 세스는 최근 논란이 된 문제의 광고가 아닌 해당 업체가 내건 사과문에서 진정성이 담겨져 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스에 따르면 사과문은 "We feel your pain"이라고 적혀 있는 회사 슬로건 처럼 담당자가 '소비자들의 불쾌함을 같이 느끼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글도 아니고, 사과문 하단의 링크도 이번 사과문과 전혀 관계가 없다. 

사실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개인이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쓰기는 쉽지 않다. 법적인 책임공방이 벌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사과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적힌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는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에 관한 질문이 적혀 있다. 이 링크를 누르면 FAQ로 연결되는데 '일시적으로 품절되었다'는 친절한(?) 답변이 나온다.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접한 소비자들은 아마 해당 링크를 보고 광고 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까지 중단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링크는 이번 사과문과 아무런 관계없이 기존 템플릿에 포함된 내용일 뿐이다. 

물론 이 정도의 신속한 대응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과는 단순히 사과를 표명했다 안했다의 차이를 넘어서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표명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짐을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다. 템플릿을 준비해 두었다고 안심하지 말고 해당 구성요소가 실제 상황과 상충되지는 않는지 확인 또 확인해 보아야 할 일이다. 


2008. 11. 18. 08:43

'김치' for 'Korea' vs '치즈' for 'France'

최근 동아일보 산업부에서는 구글에 의뢰해서 조사한 OECD 30개 회원국과 국민을 대표하는 키워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삼성', 'LG', '현대', 그리고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급한 성격', '일 중독', '친절함'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목 할 만한 점은 삼성, LG, 현대 등 기업이 나라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나온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용민님이 쓴 글 '관계와 경험'이라는 글을 통해 비춰 본다면 외국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채널이 '기업'과 '제품'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이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보아'나 '김치'도 언급되고 있으나
'김치'가 우리나라의 대표선수가 되지 못할 정도의 위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이는 그만큼 '김치'가 '기무치'로도 알려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삼성', 'LG', '현대'의 세계인들에 대한 '중독성(?)'이 더 강했던 탓일 수 있겠다.
그나마 세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삼성' 'LG' 등을 일본기업으로 알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겠다. 

아뭏든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아직 '산업국가'에 머무르고 있음을 주목하여,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 고유가치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 적어도 '급한 성격'과 '기업', '일중독'의 이미지가 강하게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일본은 '물질중독'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일본 역시 '경제적 동물'로 고착된 과거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인터넷의 특성상 옛날 문서가 검색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강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업의 제품 이외에 다양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국민들이 더 많이 나가서 세계인들과 교류하고 더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느낄 수 있어야겠다.  

 

2008. 11. 14. 08:19

커뮤니케이션 2.0 기업들의 시련

최근 정용민 부사장님은 블로그에서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2.0 기업들이 하나같이 최근 시련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낸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의 실패(?)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2.0의 한계로 규정지어 질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감을 표시했다. 물론 해당 기업에서는, 특히 다른 부서장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가치에 깊은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다. 과거에는 경기가 어려워 질 때마다 홍보 등 스탭 기능을 담당하는 지원부서들이 일차적인 구조조정, 예산삭감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근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2.0 기업들의 부진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또는 블로고스피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때이른 조종()이 될 것인가? 그리고 그루닉 교수 연구팀의 우수이론(the Excellence study)에 대한 반박사례가 될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하나의 모델이나 설명틀에 대한 예외사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그 모델이나 설명틀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모델은 그 자체로 타당성과 개연성이 널리 인정 받음으로써 확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⑴ 커뮤니케이션 2.0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성(effectiveness)
먼저 커뮤니케이션 2.0 기업들이 정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전체 이해관계자들 가운데 일부 이해관계자의 이해관계만 잘 대변되는 PR프로그램이 있다면 이는 효과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제조업종의 경우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크고, 에너지 관련 산업에서 환경단체의 영향력이 커서 조합관계 (labor relations)나 환경관계(environmental relations) 프로그램이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경우라도,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당성이나 도덕성의 문제가 제기될 경우 해당 조직과 이해관계자 모두 사회적인 비난을 받게 될 수 있고 재무적인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GM의 경우 이미 현직 및 퇴직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보험지원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노조의 이익이 극대화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소비자나 투자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참여의 방식이 투명하고 열려있었더라도 참여하지 않은, 참여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의 빈 자리, 빈 목소리는 언젠가는 문제로 다가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GM 기업 블로그 참여에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력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이었다거나 실제 구매의사가 없는 정치적 참여였다면 이들로부터의 의견수렴(prosumerism)은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상품개발로 이어졌을 수도 있겠다.
 
따라서 관계관리에 능한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들을 섞어서 팽팽한 내적 긴장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이러한 조건아래서 기업의 관계관리는 다른 부문의 일방적인 희생없이 최적의 동적인 균형상태를 이루어 갈 수 있다. PR인들의 해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은 바로 현장에서 들리지 않는 소수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내부에 들려주는 것이다. 

⑵ 우수이론에서 주장하는 조직의 효과성
더우기 그루닉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우수이론(the Excellence theory)에서는 우수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 조직의 재무적 성공을 가져온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우수이론에서는  우수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 우수한 기업, 효과적인 조직(Organizational effectiveness)이 되도록 하는데 기여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조직의 효과성이라는 측면은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가 다 포함된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재무적 가치에는 사회적 가치, 브랜드 가치, 명성 등의 개념이 포함된다.

따라서 우수한 커뮤니케이션이 재무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해서 전체 프로그램의 폐지를 가져온다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본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기업의 선택으로 PR등을 비롯한 지원부서의 존속이 어려워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관계의 성과물을 통해서 관계는 제도화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상장을 할 필요는 없지만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있고 상장을 하려면 일정요건을 갖춰야하고 IR기능 또한 필요하게 된다. 

사회의 발전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계속 새로운 방식의 관계양식과 제도를 만들어 낼 것이고 이에따라 새로운 PR기능도 갖춰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커뮤니케이션의 실천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상징적인 역할만 남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2.0기업의 시련이 바로 상징(symbol)과 실체(substance)의 괴리를 미리 경고하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