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Apology)'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03.16 기업의 사과방식 4
  2. 2009.01.13 사과문안 준비
  3. 2008.12.01 월마트 매장사고 관련 7
  4. 2008.11.20 사과문 템플릿(Ready-made Apology)의 한계 4
  5. 2008.10.24 유감표명과 배상금 외에 필요한 것
2009. 3. 16. 00:36

기업의 사과방식

최근 김호 사장께서 중앙 이코노미스트에 게재한 사과의 기술 칼럼에서는 주요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과방식의 여섯가지 원칙에 대해서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이를 이해한대로 요약해 보면 ①사족을 달지 않은 조건없는 사과일 것, ②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사과의 표명일 것, ③유감표명과 동시에 책임을 인정할 것, ④보상 및 개선의지를 표명할 것, ⑤재발방지 의사를 표명할 것, ⑥용서를 구할 것 등이 되겠다.   

사실 형식적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솔직하고 정확한 상황판단 뿐만 아니라 용기가 필요하다. 더우기 위의 여섯가지 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사과의 요소는 다면적이며 미래의 실천의지가 표명된 진정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같은 조직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개인이나 조직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사과하는 경우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감수해야겠지만 개인은 자신의 결단에 따라 사과를 감행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의 경우 단순한 개인의 합이 아니므로 하나의 법인으로서 대표성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CEO가 사주인 경우와 협의체라든가 다양한 주주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 아무래도 사과의 방식은 다르게 결정될 것이며 그 실천과정도 복잡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경우 진정한 사과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단기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독립적인 거래행위(즉 순간을 모면하려는 회피 및 부인 등)로 파악하거나 (경영진의 진정한 관심이 없을 경우) 홍보담당자의 '기술적인' 연설문 작성행위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조직이 행한 일련의 행위라는 연속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즉 이해관계자들은 사과문에 담겨있는 내용대로 기업의 실천 가능성 및 실행여부를 같이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김호 사장께서는 칼럼의 끝에서 사과의 시기 및 쌍방향성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건 (특히 외부의) 사람들은 사과의 시점, 쌍방향성 및 깊이를 가지고 해당 조직의 진정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방식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인 탓이다.
2009. 1. 13. 23:28

사과문안 준비

지난 주말에 사내에서 진행된 코칭 코치 교육프로그램 마지막 시간에는 여러가지 위기관리 서비스시 검토사항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부사장님이 준비한 자료 중에 특히 몇 가지 재미있는 점들이 있었다.

먼저 영미권에서는 사과문을 게재할 때 카피 역시 일반 광고문안 처럼 크리에이티브하게 작성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한 정중한 사과의 표시로 광고문안에 (회사명을 제외하고는) 대문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각각의 예시를 찾으려다 보니 좀 찾기 어렵다.

소문자 사용의 관련 근거를 찾아 보니 대문자는 강조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소문자를 쓴다는 것은 겸손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특히 사람의 이름을 소문자로 쓴다는 것은 고유한 인간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자기자신을 극한적으로 낮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소설 빨간 머리 앤의 <사과문(The Apology)>에서 관련 구절이 나와 있다.

Anne:
“Mrs Lynde, Oh Mrs Lynde,
You have been wronged and I have sinned.
My very soul is so chagrined,
I acted so undisciplined!
I should have laughed, I should have grinned,
I should have been more thicker-skinned,
Forgive me please, my hopes are pinned
On Mrs Lynde

...

I don’t deserve the human race,
Just make my headstone commonplace
And print my name in lower case,
Without an “e”…just leave a space…
Please Mrs Lynde, your rage rescind…
Please Mrs Lynde, I know I’ve sinned…
Please Mrs Lynde, I’m out of wind!
Please….Mrs….Lynde!”

흥미롭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사과문들은 "사과문", "깊이 사과드립니다",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등 다소 경직되고 형식적으로 들리는 말들로 시작된다. 어차피 사건/사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와질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사과문도 좀 더 다양해지고 주요 청중들의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2008. 12. 1. 20:23

월마트 매장사고 관련

지난 주 미국 뉴욕주의 한 월마트 매장에서 매장 임시직원이 추수감사절 마감 빅 세일상품("Black Friday" After Thanksgiving Sale)을 사려고 몰려든 인파에 깔려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마트에서는 사고 발생 후 대략 여섯시간이 지난 후에야 AP를 통해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The safety and security of our customers and associates is our top priority," Fogleman said. "Our thoughts and prayers are with them and their families at this difficult time. At this point, facts are still being assembled and we are working closely with the Nassau County Police as they investigate what occurred."(AP News)

위의 글을 보면, 월마트는 가장 먼저 고객과 종업원의 안전이 최우선임을 밝히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뒤, 관계기관의 진상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본적인 홀딩 스테이트먼트로서는 크게 흠잡을데가 없어 보이지만 이 정도의 답변을 위해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월마트는  월마트 기업 웹사이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올려 놓았다.  

We expected a large crowd this morning and added additional internal security, additional third party security, additional store associates and we worked closely with the Nassau County Police. We also erected barricades. Despite all of our precautions, this unfortunate event occurred.

"Our thoughts and prayers go out to the family of the deceased. We are continuing to work closely with local law enforcement and we are reaching out to those involved."

- Hank Mullany, Senior Vice President and President, Northeast Division, Walmart U.S.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만반의 준비를 다 했음에도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적고 있다. 소송가능성에 대비한 탓인지 상당히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월마트 온라인스토어나 상품리뷰 블로그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몰이나 블로그에서는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기업 웹사이트에서만 짤막하게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세계적인 대기업으로서는 상당히 미흡한 조치로 판단된다. 과연 언제쯤 후속 발표가 있을 것이며, 빅세일 시즌마다 반복되는 사고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어떤 후속조치를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한편, 이번 사과와 관련해 삼성전자에서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월마트 단독으로 특별기획 상품을 구성했든 아니면 월마트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특별상품을 준비했든 간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삼성의 책임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의 수혜자이자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고를 다룬 관련 기사의 대부분은 매장에서 판매하던 주력 세일상품으로 삼성전자의 50인치 플라즈마 TV와 디지털 카메라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홍보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부정적인 기사와 연관되었다는 점에서 뭔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삼성전자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유감표명을 하고 유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방침을 밝히거나, 또는 희생자의 이름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계획을 밝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08. 11. 20. 00:21

사과문 템플릿(Ready-made Apology)의 한계

세스 고딘이 최근 한 제약회사의 사과문을 보고는 약간 발끈했다. 문제의 업체는 최근 '아기 안고다니기(wear the baby)'라는 소셜 미디어 광고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광고를 즉시 중단했다. 세스는 최근 논란이 된 문제의 광고가 아닌 해당 업체가 내건 사과문에서 진정성이 담겨져 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스에 따르면 사과문은 "We feel your pain"이라고 적혀 있는 회사 슬로건 처럼 담당자가 '소비자들의 불쾌함을 같이 느끼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글도 아니고, 사과문 하단의 링크도 이번 사과문과 전혀 관계가 없다. 

사실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개인이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쓰기는 쉽지 않다. 법적인 책임공방이 벌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사과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적힌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는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에 관한 질문이 적혀 있다. 이 링크를 누르면 FAQ로 연결되는데 '일시적으로 품절되었다'는 친절한(?) 답변이 나온다.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접한 소비자들은 아마 해당 링크를 보고 광고 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까지 중단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링크는 이번 사과문과 아무런 관계없이 기존 템플릿에 포함된 내용일 뿐이다. 

물론 이 정도의 신속한 대응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과는 단순히 사과를 표명했다 안했다의 차이를 넘어서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표명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짐을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다. 템플릿을 준비해 두었다고 안심하지 말고 해당 구성요소가 실제 상황과 상충되지는 않는지 확인 또 확인해 보아야 할 일이다. 


2008. 10. 24. 18:00

유감표명과 배상금 외에 필요한 것

최근 막을 내린 지방자치단체 행사 마지막날 교통사고로 어린이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 단순 교통사고로도 볼 수 있었지만 행사 주관단체 대응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각종 행사관련 언론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PR인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 주는 사건이었다.

사망사고가 있은 다음날 해당 지자체에서는 보도자료와 기고문을 통해 '성공적인 개최'를 주장(?) 할 뿐 사과와 관련된 유감표명은 없었다고 한다. 이에 유가족측에서 항의전화를 하자 관계자 몇 명이 찾아와 조의를 표했다고 한다. 취재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행사 담당자들은 이미 유감표명을 했으며, 관련 보험사를 통해 배상하는 것 외에 달리 할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정말 더 이상 할 것이 없었는지...

어떤 행사에서든 의전과 안전관리가 최우선이라고들 한다. 행사를 주관한 홍보담당자들은 미리 '성공적인 행사진행에 감사'한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 및 기고문 등을 작성해 놓았을 것이다. 홍보담당자로서는 뜻하지 않은 사건을 언급함으로써 전체 기사의 맥(?)을 빠지게 하기도 곤란한 상황이었겠지만 유가족 입장에서는 '사고없이 무사히 끝나 감사'하다는 지자체장의 기고문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한편 큰 조직일수록 명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작은 실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더 날카로와 질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사고현장에 안전관리요원이 위치해 있었다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사고 직후 행사관계자들이 유가족의 심정을 고려해 적절하게 대응했더라면 이후의 부정적인 기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이 적고 있듯이 많은 오류가 발견된다. 사고 당일 폐막식에서도 관계자들의 사고관련 유감표명이 없었고, 기고문 등에 대한 정정보도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항의전화 접수 후에야 관계자 조문이 있었으며, 행사참여 인원도 약 두배가량 부풀려 졌다는 후속기사들이 이어졌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의 상황파악, 상황변화에 따른 신속하고 적절한 유감표명 또는 사과문 발표, 관련 자료배포 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하겠다.  
 
PR 담당자들이 현장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획된 템플릿에 따라 움직이고, 소수의 희생이나 불만을 당연하게 생각할 때 해당 조직은 문제를 자초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