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9. 17:23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IR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던 한 국내 대기업을 이끌던 총수가 부정거래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외이사제도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 공정위는 중점점검 대상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주요 위반업체들에 과태료 판정을 내렸다. 이렇듯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기업의 경영성과 및 경영지표와는 매우 상이한 내부의 실상이 알려질 때 마다 조직 내에서 차지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현재적인 위상과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정거래 논란에 휩싸인 위의 대기업의 경우, 나무랄데 없다던 사외이사제도도 사실상 이사 임명권이 사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서 유명무실했다고 한다. 해당 대기업의 계열사 연차 보고서를 제작했던 지인에 따르면 이사진(BOD)과 경영진의 경영철학 등을 제대로 반영한 보고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데, 결국 이들도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의존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결국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들은 기업의 객관적인 실재와는 상관없이 '미화'를 위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운명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블로그 Corporate Eyes의 Brian은 IR과 지배구조라는 포스팅에서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은 일반적인 재무정보 외에도 경영진 및 이사진의 배경, 권한 및 책임, 행동규범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며 Qualcomm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Qualcomm의 IR 페이지에서는 윤리규정, 기업지배구조의 원칙과 실제, 이사진 소속 및 구성, 주요 소위원회의 헌장, 연간 회의 운영회수, 권한 및 책임 등과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는 국내기업들도 이미 많이 제공하고 있는 내용들이라 그 효용성에 관해서는 약간 혼란스럽다. 다만, 같은 블로그의 Ed Konczal은 "이사회의 대외 노출확대로 투명성 확대"(Expose your board, Improve transparency)라는 포스팅에서 이사회의 소위원회 배정 현황은 물론 이사회 출결현황까지 공개하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뭏든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실질적으로 잘 관리된다면 투자자, 협력업체들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또는 협력관계에 대해 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HTML 및 PDF 다운로드옵션을 제공하는지, 제공하는 정보량이 많은지, 또는 IR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해당 기업이 핵심적인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개하는가라고 하겠다. 

어떠한 제도든지 강제성 부여 여부를 떠나서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을 때에는 금방 형식적인 운영으로 흐르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IR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같은 수준의 서비스/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하고, 기업은 이들과 진지한 대화를 진행하면서 그 과정으로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겠다. 

2008. 11. 27. 16:22

소셜미디어의 자동차 업계 구하기 ("Saving Private Automakers")

최근 미국에서는 위기에 빠진 자동차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여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도 정부의 지원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GM과 Ford 등 미국의 자동차 업체 소셜미디어 담당자들도 열심히 업계를 옹호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자동차 업계가 대다수 국민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상태에서 소셜 미디어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포드 자동차의 소셜미디어 담당자인 Scott Monty는 소셜미디어로 미국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방법 이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Scott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포드관련 오해에 대한 반박, 연방정부지원에 대한 포드의 입장, 정보에 기반한 판단 촉구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짚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니 다소 당황스럽다.   

The problem is, our story hasn't had the chance to be fully (and fairly) told yet. We're getting beaten down daily by the media, Congress, and everywhere I turn online. We're not desperate for cash, nor are we trying to scare the public with scenarios of doom & gloom. Ours is a story of transformation that's already underway that means we're poised for success.

주요 주장은 일반국민들이 이미 변화하고 있는 포드를 몰라준다는 얘기이며 결국 홍보, 소통의 문제이다. (* 지난 상반기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문구인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일단 논외로 하겠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들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은 다소 충격적이다. 정말 이러한 부분이 주요 문제점이라면 그동안 관계자들은 무엇을 했다는 말인지. 그리고 이러한 순간에도 값비싼 브랜드 광고 (TV Commercial)은 돌아가고 있을 것이 아닌가.) 

아뭏든 Scott은 시민들에게 소셜북마킹(Share what you discover), 온라인 지지서명(Get Active), 적극적인 정보습득(Educate yourself), 체험(Drive One), 비디오공유 (Watch and Share the Video) 등을 권유하고 있다. 각 개인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습득 및 정보확산, 정보공유, 오프라인 체험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참여범위를 최대한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온라인 PR 전문가 Shel Holtz는  Scott이 자신의 주장을 포드 사이트가 아닌 개인 공간에다가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포드에 대한 자신의 편견가능성을 밝힌채 진솔하게 펼치고 있으며 댓글 또한 열심히 달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의 블로그는 용병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기업을 아끼는 사람의 블로그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그가 평상시에는 회사 일을 자신의 블로그 공간에서 풀어 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블로거가 이슈관리를 위해 개인 블로그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 기존 기업블로그와의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기업관련 내용을 자제해야 하고, 회사와의 연관성을 투명하게 (full disclosure)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동차 업계와 이들의 노력에 대해서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서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Scott의 댓글에 달린 글들은 대체로 Scott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업계 관련기사에 달린 대다수의 댓글들은 부정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수의 국민들, 언론기사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 그리고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이 각각 생각하는 자동차 업계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만일 포드사의 주장처럼 잘못 알려진 정보가 논란의 주 원인이라면 정확한 정보의 공유, 참여(Drive One)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회사정책의 실패, 방만한 경영, 특정 이해관계자 이익의 배타적 반영, 소비자들이 체험속에서 느끼는 괴리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 단순한 언론 플레이나 매체관계는 물론 아무리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를 위한 소셜미디어 활용방안은 좀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2008. 11. 25. 21:16

구조조정 시기의 이슈관리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여러 기업에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두 주동안 회사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서비스 문의 두 건이 들어왔다. 이 중 한 건은 이미 진행된 사례에 대한 후속관리 방안에 관한 문의였고, 다른 하나는 예상되는 이슈에 대한 사전대비 프로젝트 요청이었다. 이 가운데 후자에 관해서는 회사에서 바로 실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전에 이슈관리를 준비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과 이미 홍역을 치루고 뒷수습을 하려고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모습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최근 Guy Kawasaki 는  해고의 기술이라는 포스팅을 올렸는데 독자들이 굳이 해당 글을 읽을 필요가 없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그의 글은 감상적이거나 낙관적 접근, 관행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인력감축 계획을 실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소 갑갑한 현 시기에 반갑진 않지만 각 기업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요약해 본다. (참고: 원문에서는 lay-off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나 여기서는 넓게 구조조정이라는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음) 

 1. Take responsibility.
간단히 말해 외적인 상황요인들로 둘러 대지 말고, 경영진이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것.

2. Cut deep and cut once. 
최소 규모로 구조조정을 한 번 해 보고 안되면 다시 여러차례 진행하는 것 보다는 냉철하게 접근해서 단 한번의 구조조정으로 끝낼 수 있도록 할 것

3. Move fast.
구조조정이 필요할 경우 '계획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질 틈이 없이 신속하게 최단시간 내에 해치워야 생산성 저하 등을 막을 수 있음. (=> 지지부진하게 끌고가서는 안되겠지만, 정확한 상황 및 처리원칙 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4. Clean house.
해묵은 과제 정리에 좋은 시간이므로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 조정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개인적인 성과와 연계되어 판단되지 않으므로 부담이 적을 수 있음. 
 
5. Whack Teddy.
직원들은 최고경영자의 '낙하산'이 과연 살아남을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므로 '빽'으로 들어온 직원들이 위기를 살아남지 않도록 할 것  (=> 직원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원칙없이 진행된다고 느껴질 때 핵심인력들의 이탈이 가속화 될 수 있음)

6. Share the pain.
경영진이 고통분담에 동참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활용할 것.
(=> GM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회사 CEO 등이 의회에 정부지원책을 요청하러가면서 전용기를 탔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라고 하겠다.)

7. Show consistency.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 경비절감을 위해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막대한 위로금 지급등을 하는 것은 적절한 방식의 자책감 표명도 아니며 바람직하지 않음

8. Don’t ask for pity.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당사자이므로 '우리도 힘든 결정이었다'는 식으로 이들로부터 동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매우 현실적인 팁인 것 같다)

9. Provide support.

도움이 필요한 직원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 

10. Don’t let people self-select
구조조정은 회사의 적극적인 결정행위이므로, 구조조정 대상 결정시 직원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지 말 것;
(=> 최근 회사에 문의해 온 기업에서도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하도록 했더니 회사에서 가장 쓸모 있다고 생각한 인력은 다 빠져 나가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 쪽의 일방적인 이해관계 추구(accommodation)가 가져올 수 있는 한계라고 하겠다.)  

* Guy Kawasaki의 애플 시절 joke
한창 심각한 위기상황을 겪고 있던 Apple에서는 회사를 그만 둘 사람들만  총회에 참석하고, 계속 다닐 사람은 총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전체 공지를 내린다. 그리고는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만 계속 고용하고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정리한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나가기로 결심한 직원들의 경우 회사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스마트하거나 아니면 다른 좋은 곳에서 부르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점은 직원들 스스로 결정하게 할 경우 최고의 직원들은 다 잃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Show people the door & Move forward.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나면 남아있는 직원들은 일종의 죄책감에 휩싸이거나, 가까운 장래에 대한 불안,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정상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Guy Kawasaki는 구조조정이 단행한 뒤 경영진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와 반대로 더 적극적으로 남아 있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회사에서 상황에 대한 입장정리 및 처리원칙을 명확하게 밝히고 직원들에게 단기간내에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며, 위에서 소개한 방침을 잘 실행한다면 구조조정을 통한 이슈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