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4. 22:45

웹2.0시대의 정책홍보(리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최근 '웹2.0시대 의사결정방식의 변화와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치학 전공의 연구자들은 국내 정책과정의 웹2.0 기술도입 실태 및 해외사례 분석을 통해 정책적인 함의와 개선방안을 짜임새 있게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최근 웹2.0 의사결정방식이 주목받게 된 이유로 ① 국민의 의사결정 참여욕구 증대, ②집단지성(국민의 상식과 경험)의 생산적 기여 가능성 증대를 꼽고 있다. 정책전문가들의 합리성 이외에도 일반 시민들의 상식적인 판단과 경험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이 눈에 띄인다.  

또한 인터넷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① 비공식적 정책참여자의 역할 증대, ② 다양한 정책대안의 원천 제공, ③ 순차적-단선적 의사결정에서 비선형적 네트워크 의사결정으로 전환(아래 그림 참조)에 주목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정책행위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났으며, 주관적, 직관적인 방법으로서 브레인스토밍 및 델파이 기법을 활용한 대안창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공급자로서의 정부와 소비자로서의 국민간의 경계가 모호해 지면서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단선적-폐쇄적 특징을 보이던 정책과정의 단계가 동시적, 부분적 환류와  비선형적-네트워크 지향적 상호작용이 가능(p.8)"해졌다고 적고 있다. 연구자들의 모델은 전통적인 정책행위자로서의 정부가 새로운 참여자와 모든 단계에서 소통을 통해 정책을 수행한다는 점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보고서는 웹2.0 의사결정의 등장으로 정부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즉, 웹2.0의 특성으로 인해 소비와 참여,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구분을 모호해 지듯이 전통적인 정부와 국민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공동의 대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정책결정자로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에 연구자들은 정부가 '집단지성'의 잠재력이 합리적인 정책목표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검열강화 및 한국의 검열강화 움직임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보이지만, 보고서의 전체적인 톤을 고려해 볼 때 이 부분은 '국책연구소로서의 한계'로 이해해야 할 듯 싶다. 

현재 정부의 웹기술 활용실태와 관해서는, 정부가 웹2.0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웹1.0형태로 활용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중재자(self-moderator) 역할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적절한 책임성과 반응성의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자율적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책임성 강화를 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어서 다소 모순적인 주장이 되고 있다. 한편, 반응성의 문제는 온라인 의사결정과정의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정책영향력의 성과를 국민에게 알림으로서 선순환 효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끝으로 보고서는 몇가지 수용자 참여 확대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정부-시민간의 웹2.0 연결망 강화 및 '제3의 정책지대' 형성이 주목할 만하다. 먼저 웹2.0연결망 강화란 기존 정책블로그 외에 개별 공무원과 시민 개인들이 직접 연결되어 토론하고, 정책콘텐츠도 생산할 수 있는 협업적 성격의 정책블로그 시스템 구축을 뜻한다. 또한, '제3의 정책지대'란 이전처럼 정부가 모든 정책적 의사결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웹2.0수단을 활용하여 시민들이 정책현안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결정 공간"(p.42)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다양해진 시민들의 욕구를 획일적으로 충족시킬 수 없으므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있는 특수한 개인 및 집단과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며, "정책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웹2.0기반의 '사회적 기업'이나 제3섹터 NPO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맞춤형, 주문형 정책요구에 대응하면서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회의와 보고서 작성만으로도 하루일과가 빠듯한 공무원들이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끼면서 시민들과의 협력적 정책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제3의 정책지대'에 참여할 투명한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를 투명하게 선발하고 관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보고서는 웹2.0기술을 통한 정책 방향에 대한 정답을 제시한다기 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정책전문가의 관점에서 잘 짚어 주고 있다고 하겠다.
2008. 12. 13. 21:43

대기업의 상생협력과 사회공헌

"도요타의 경쟁력은 협력업체로부터 나온다"는 멋진 표현이 어느 기사에 실렸다. 물론 도요타 자동차에서도 핵심부품은 자회사로부터 납품받는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품질력 있는 부품업계의 덕택으로 항상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현대차의 경쟁력은 연구인력을 비롯한 중간관리자들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업계는 최근 미국 자동차 빅3의 위기와 더불어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추가적인 단가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어 오면서 부품업계에는 경쟁력을 지닌 부품전문회사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자동차의 생산성과 미래를 담보해주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노조나 협력업체가 아닌 기술개발 인력이란 얘기다.

일부 대기업들은 입으로는 상생협력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가격 인하를 종용하고 , 자금위기를 겪고 있는 은행들을 상대로 외환예금을 하루단위로 예치해 이자소득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업들도 사회성금 납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업행위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사회적 성과가 뛰어나더라도 해당 기업의 명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예전처럼 전통적인 대중매체 중심으로 정보가 유통될 때는 사회공헌활동 관련기사 게재만으로도 기업의 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어느 정도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1인 미디어 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주요 매체의 '퍼블리시티'효과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브랜드의 힘은 일관성에서 나온다고 했다 . 해당 기업/조직에서 내세우는 핵심 가치에 스스로 배치되는 행동이 드러날 때 그 회사의 평판과 신뢰도 모두 급격하게 사라질 수 있음을 빨리 깨달아야겠다. '뽀샾'이나 '성형'의 흔적을 찾아내는 부지런한 네티즌들이 있음을 기억하면서.
2008. 12. 11. 15:02

4대 강 정비 관련 정부의 국민설득

오래간만에 'P할건 피하고 R릴 건 알리자'라는 업계의 '옛 이야기'를 기사에서 확인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이야기는 정부가 4대 강 정비사업에 '환경관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여론을 '관념적으로 제압'하는 방안에 관한 기사의 부제로 달린 것이다. 

기사 내용이 맞다면 정부는 국민과 여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제압'이라는 표현까지 쓰게 된 것일까? 아마 국민들이 무지하거나 무관심해서 '일부' 사회불만 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통치행위란 사상과 이념의 시장(market of ideas)에서 싸워 이기는 것을 뜻하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부가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아니라고 본다. 과거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시민들의 정치적인 각성과 참여가 있기 전에는 정책입안자들이 추진하는 대로 정책이 실행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국민은 자신들이 옳던 그르던 해당 정책이나 정치인들에 대해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 온 국민과 국가가 책임을 지게 된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 정부'를 뽑은 것도, 다시 '실용 정부(?)'를 뽑은 것도 모두 국민들이지만 매번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만족스러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부의 시각에 따르면,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역사의 흐름을 가로막는 국민들 때문에 정부가 일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이제라도 선제적으로 국민들을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고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정부가 정책 방향과 의제를 설정한 뒤 그대로 국민들을 이끌고 가려고만 한다면, 이는 대의정치에 어긋난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동안 정부정책에 대한 크고 작은 반대가 전체 국민여론의 실체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을 떠나서 정부가 여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힌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무조건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국민을 설득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아무런 오류가 없음을 가정하는 것이다. 더이상 정부는 정부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수립한 정책의 정당성을 궁극적으로 확보할 수는 없다. 민간 기업의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는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는 기업만이 성공한다.  정부도 정책이라는 상품을 국민들에게 파는 공공서비스라고 한다면, 여론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책품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지, 민의가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정책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옛날 이야기'틀에다가 '최신 컨셉'을 곁들여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국민들을 선제적으로 제압,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어떠한 실질적인 개선 노력도 없이 계속 같은 답안지에 커버만 바꿔가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시 제출하는 형국이다.

내 상품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시장이 나를 버렸다는 정부의 시각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나라전체가 출구를 찾아 움직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순수한 마케팅 부족 또는 홍보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관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