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Affairs'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5.06 미국 건강보험개혁과 하이파이브
  2. 2008.12.24 "밥먹으면서 부탁? No!!"
  3. 2008.12.14 웹2.0시대의 정책홍보(리뷰) 2
  4. 2008.12.11 4대 강 정비 관련 정부의 국민설득 3
  5. 2008.12.08 소통, 정책 성공의 충분조건(?) 2
2010. 5. 6. 22:25

미국 건강보험개혁과 하이파이브

쇼맨십이 강한 미국은 최근 거행한 역사적인 건강보험개혁법안의 서명식을 역시 남다르게 준비했다.

발의된지 약 40여년 만에 통과된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서명식에 오바마 대통령은 22개의 만년필을 준비하고 오언스라는 어린이를 참여시켰다. 오언스의 어머니는 직장의료보험 자격을 잃고 어렵게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해 엄마를 잃은 오언스를 위해서, 그리고 암투병 마지막 순간까지 보험회사와 논쟁을 벌여야 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대신에 법안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22개의 만년필을  조금씩 사용해서 법안을 서명하느라 약 90초 만에 서명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오언스와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한다. 서명에 사용된 만년필들은 법안통과에 기여한 인사들에게 선물하고 국립문서보관소에도 보관될 예정이란다. 

물론 건강보험개혁에 반대하는 일부 주에서 위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 이러한 상황이기에 더더욱 상징적인 의식이 필요했을 수 있다. 기존 정책의 문제점과 새로운 정책의 수혜자를 적절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새로운 정책의 가치를 눈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두드러져 보인 행사였다.

정치란 결국 상징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정책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정책홍보가 아닐까? 
2008. 12. 24. 00:01

"밥먹으면서 부탁? No!!"

최근 오마이뉴스에서는 '밥먹으면서 부탁해서는 안된다'라는 제목으로 미국 한인유권자 운동센터(Korean American Voter Council) 김동석 소장의 인터뷰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미국의 현 상황에 관한 내용이지만 한미FTA 전망을 비롯해 정책참여, 합법적인 로비활동 등과 관련해서 우리에게도 생각할 점을 많이 담고 있다. 미국교포가 바라보는 새 정부에 대한 시각을 한국적인 상황에서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오바마 정부의 한미FTA 전망
김동석 소장은 새 정부의 한미FTA 관련 정책동향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에게 우리나라의 입장만을 강요하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미FTA에 대한 한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미의회가 감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언론에서조차 전통적으로 새 정부출범 직후에는 가급적 시비를 걸지 않는 '밀월'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김 소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한미 FTA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주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견해를 이해하고 상호 윈윈(win-win)의 논리를 만들 때 올바른 한미FTA 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FTA와 관련해 한국과 이해관계가 비슷한 미국내 일부지억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입장을 표명할 때 지역정부, 통상위원회, 나아가 연방정부도 이를 고려할 명분이 생기게 되므로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가 'low key'로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그의 답변에서 일방적으로 우리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협상 파트너가 처한 내부적 상황까지 잘 고려하고, 그 내부역학관계를 잘 활용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바마 정부 정책수립 과정에 대한 이해 및 접근방식
김동석 소장이 설명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수립 과정에 대한 이해 및 영향력의 행사방식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선거운동 당시부터 제도화된 거대자본의 로비나 불법로비를 반대해온 오바마정부이기에 앞으로의 정책참여는 당연히 논리적인 접근이 우선시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밥 먹으면서 '도와주겠다'는 약속받는 식으로는 안 된다(사실 자칫하면 그 과정에서 불법 로비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오바마 정부 내에서 정책결정 과정, 정책방향, 그것을 주도하는 인물이나 집단을 연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히 접촉하고 토의하면서 견해를 반영해야 한다. 단순히 부탁하고 다니는 것으로 될 일이 아니다. 견해와 논리로 토론하면서 이해시켜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논리와 철학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취임일까지는 물론이며, 그 이후 수개월 간에 정책기조가 사실상 확정되기 전까지 부지런히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정책 브레인 집단에서 기조가 확정되면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다. 라인 몇 개 동원해서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그렇게 접근할 경우 원래의 정책 자문집단과도 마찰을 빚을 수 있고, 그것은 때로 국가간 불필요한 마찰을 빚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사실 우리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정책형성과정에의 참여를 강조해 왔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정책참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 형식적인 정책참여제도를 운영한 탓도 있겠지만, 시민사회에서도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이해노력없이 반대의사 표시를 통해 개별 정책을 중단시키려 했던 소극적이고 반응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구체적인 대안 창출을 위한 민간의 씽크탱크 능력이 확충되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즉 선거운동 당시 또는 정권출범 이전에,  효과적으로 전달됨으로써 정책기조 형성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민간이 대안창출능력을 갖추고 정책논의 단계에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실질적인 '정책형성과정에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정책형성과정에 대한 참여 및 공정하고 적법한 로비활동 방향에 대해서 참고하도록 해야 겠다.

한국계 미국인은 한국인의 미래
끝으로 기자는 자신을 미국시민으로 소개하는 김 소장에게 한국계 미국인 또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위상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묻고 있는데 김동석 소장은 미국 정치계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은 큰 의미가 없으며 소수인종 중 '아시아계 미국인'이 의미있는 최소 단위라고 답변한다. 그래서 그는 미국 대법관 중 아시안계 1인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에 주목하고 있다. 

"난 지금 이 인터뷰를 '미국 시민 김동석'으로서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미국 사회 내부에서 더 나은 미국인이 될 수 있을 때 미국도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여러 인종과 민족의 각축장과 같은 미국에서 한인들이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미국 내 한인의 미래과 한국의 미래를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으로 자리 잡고 자신들의 국익을 극대화한다."

미국시민의 인터뷰 내용이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는 것은 미국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미국이 세계적인 다인종 다민족 사회로서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위기에 닥친 우리 사회가 미국내 한국인들의 입장에 관심을 가질 처지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미국을 지켜 보고 학습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다양한 실험을 지켜보면서 점차 우리도 다민족 다인종 사회로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 "밥 먹으면서 부탁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오바마 정부와 토론할 때" - 오마이뉴스
2008. 12. 14. 22:45

웹2.0시대의 정책홍보(리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최근 '웹2.0시대 의사결정방식의 변화와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치학 전공의 연구자들은 국내 정책과정의 웹2.0 기술도입 실태 및 해외사례 분석을 통해 정책적인 함의와 개선방안을 짜임새 있게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최근 웹2.0 의사결정방식이 주목받게 된 이유로 ① 국민의 의사결정 참여욕구 증대, ②집단지성(국민의 상식과 경험)의 생산적 기여 가능성 증대를 꼽고 있다. 정책전문가들의 합리성 이외에도 일반 시민들의 상식적인 판단과 경험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이 눈에 띄인다.  

또한 인터넷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① 비공식적 정책참여자의 역할 증대, ② 다양한 정책대안의 원천 제공, ③ 순차적-단선적 의사결정에서 비선형적 네트워크 의사결정으로 전환(아래 그림 참조)에 주목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정책행위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났으며, 주관적, 직관적인 방법으로서 브레인스토밍 및 델파이 기법을 활용한 대안창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공급자로서의 정부와 소비자로서의 국민간의 경계가 모호해 지면서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단선적-폐쇄적 특징을 보이던 정책과정의 단계가 동시적, 부분적 환류와  비선형적-네트워크 지향적 상호작용이 가능(p.8)"해졌다고 적고 있다. 연구자들의 모델은 전통적인 정책행위자로서의 정부가 새로운 참여자와 모든 단계에서 소통을 통해 정책을 수행한다는 점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보고서는 웹2.0 의사결정의 등장으로 정부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즉, 웹2.0의 특성으로 인해 소비와 참여,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구분을 모호해 지듯이 전통적인 정부와 국민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공동의 대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정책결정자로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에 연구자들은 정부가 '집단지성'의 잠재력이 합리적인 정책목표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검열강화 및 한국의 검열강화 움직임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보이지만, 보고서의 전체적인 톤을 고려해 볼 때 이 부분은 '국책연구소로서의 한계'로 이해해야 할 듯 싶다. 

현재 정부의 웹기술 활용실태와 관해서는, 정부가 웹2.0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웹1.0형태로 활용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중재자(self-moderator) 역할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적절한 책임성과 반응성의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자율적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책임성 강화를 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어서 다소 모순적인 주장이 되고 있다. 한편, 반응성의 문제는 온라인 의사결정과정의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정책영향력의 성과를 국민에게 알림으로서 선순환 효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끝으로 보고서는 몇가지 수용자 참여 확대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정부-시민간의 웹2.0 연결망 강화 및 '제3의 정책지대' 형성이 주목할 만하다. 먼저 웹2.0연결망 강화란 기존 정책블로그 외에 개별 공무원과 시민 개인들이 직접 연결되어 토론하고, 정책콘텐츠도 생산할 수 있는 협업적 성격의 정책블로그 시스템 구축을 뜻한다. 또한, '제3의 정책지대'란 이전처럼 정부가 모든 정책적 의사결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웹2.0수단을 활용하여 시민들이 정책현안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결정 공간"(p.42)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다양해진 시민들의 욕구를 획일적으로 충족시킬 수 없으므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있는 특수한 개인 및 집단과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며, "정책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웹2.0기반의 '사회적 기업'이나 제3섹터 NPO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맞춤형, 주문형 정책요구에 대응하면서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회의와 보고서 작성만으로도 하루일과가 빠듯한 공무원들이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끼면서 시민들과의 협력적 정책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제3의 정책지대'에 참여할 투명한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를 투명하게 선발하고 관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보고서는 웹2.0기술을 통한 정책 방향에 대한 정답을 제시한다기 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정책전문가의 관점에서 잘 짚어 주고 있다고 하겠다.
2008. 12. 11. 15:02

4대 강 정비 관련 정부의 국민설득

오래간만에 'P할건 피하고 R릴 건 알리자'라는 업계의 '옛 이야기'를 기사에서 확인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이야기는 정부가 4대 강 정비사업에 '환경관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여론을 '관념적으로 제압'하는 방안에 관한 기사의 부제로 달린 것이다. 

기사 내용이 맞다면 정부는 국민과 여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제압'이라는 표현까지 쓰게 된 것일까? 아마 국민들이 무지하거나 무관심해서 '일부' 사회불만 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통치행위란 사상과 이념의 시장(market of ideas)에서 싸워 이기는 것을 뜻하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부가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아니라고 본다. 과거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시민들의 정치적인 각성과 참여가 있기 전에는 정책입안자들이 추진하는 대로 정책이 실행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국민은 자신들이 옳던 그르던 해당 정책이나 정치인들에 대해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 온 국민과 국가가 책임을 지게 된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 정부'를 뽑은 것도, 다시 '실용 정부(?)'를 뽑은 것도 모두 국민들이지만 매번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만족스러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부의 시각에 따르면,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역사의 흐름을 가로막는 국민들 때문에 정부가 일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이제라도 선제적으로 국민들을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고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정부가 정책 방향과 의제를 설정한 뒤 그대로 국민들을 이끌고 가려고만 한다면, 이는 대의정치에 어긋난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동안 정부정책에 대한 크고 작은 반대가 전체 국민여론의 실체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을 떠나서 정부가 여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힌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무조건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국민을 설득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아무런 오류가 없음을 가정하는 것이다. 더이상 정부는 정부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수립한 정책의 정당성을 궁극적으로 확보할 수는 없다. 민간 기업의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는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는 기업만이 성공한다.  정부도 정책이라는 상품을 국민들에게 파는 공공서비스라고 한다면, 여론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책품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지, 민의가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정책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옛날 이야기'틀에다가 '최신 컨셉'을 곁들여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국민들을 선제적으로 제압,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어떠한 실질적인 개선 노력도 없이 계속 같은 답안지에 커버만 바꿔가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시 제출하는 형국이다.

내 상품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시장이 나를 버렸다는 정부의 시각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나라전체가 출구를 찾아 움직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순수한 마케팅 부족 또는 홍보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관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2008. 12. 8. 01:11

소통, 정책 성공의 충분조건(?)

최근 SERI에서 <정부정책 성공의 충분조건: 소통>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보고서 첫머리에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는데 있어 '소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적고 있다.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아니 소통없이도 성공적인 정책'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알고보면 대수롭지 않지만 이를 깨닫기 전과 비교하면 참으로 중요한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보고서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아닌 연구자들에 의해서 씌여졌다는 점도 감안 해야겠다. 

연구자들은 정책성공의 핵심조건을 '정책디자인'과 '소통'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정책디자인'은 정책성공의 필요조건으로서 '이해관계자들에게 보여지는 좋은 정책콘텐츠(What)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소통'은 정책의 추진력과 수용도를 높이는 수단(How)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한다면 다분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책소통'이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상호 의견수렴과 설득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실효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소통'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실무자들의 인생도). 먼저 실효성이 투입물 대비 산출물이라는 '효율성'(efficiency) 차원에서 정의된다면 소통의 목적은 순수하게 도구적인 것이 되고 만다.  이렇게 소통의 목적을 도구적으로 정의해 놓을 경우 쌍방향적인 소통의 가능성은 본질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만들어 놓은 정책에 대해서 '바꾸자', '연기하자', '폐지하자'고 하는 소통은 이러한 틀에서는 결코 논리적으로 허용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통'을 '효과성'(effectiveness)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소통은 이미 만들어진 정책의 효과적인 집행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목적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해 이들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을 수립,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정책디자인과 소통은 뚜렷하게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보고서 뒷 부분에서는 소통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밝히고 있다(요약문에서는 다소 모호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정책성공을 위한 소통의 세가지 역할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1) 정책디자인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설계, 집행, 사후평가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과 피드백 강화
2) 소통 로드맵의 전략적 설정과 실행(이해관계자와의 소통)
3) 정책담당자의 소통능력 강화 (정책 전담기관 내 소통).

결국 소통은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한 관계관리 뿐만 아니라 정책디자인의 품질에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쌍방향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책부서/부처의 타겟설정 및 실행만 의미하지 않는다. 조직에서는 대체로 주어진 과제를 이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사고하는 반면에 해당 조직을 위협(?)하는 주요 이슈는 이해당사자들에 이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연구자들의 인식과는 달리 넓은 의미에서 소통은 정책홍보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고 하겠다. 전방위적으로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져야만 충실한 정책디자인이 가능하게 되고, 민의가 충분히 반영된 프로그램의 경우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