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8. 13:07

'인터넷 괴담'에서 '홍보부족', 그리고 '소통'에 이르기까지

광우병 논란과 더불어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일사천리로 쇠고기협상을 추진해온 정부는 처음엔 '인터넷 괴담'이나 '정치적 배후'가 문제라고 맞서다 5월 초부터는 '홍보부족', '국정홍보처 폐지의 한계'을 자인하고 나섰다. 이제야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관련 조치들을 보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말 문제는 현 정부가 보듯이 '홍보부족'이었을까? 그렇다면 '국정홍보처'가 있던 그동안 '홍보'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던 것인가?

과연 '홍보'가 무엇이길래 불과 몇개월 전 홍보처 폐지를 위해 목청을 높였던 기자들마저 정부의 '자성'에 대해 공감하며 '국정홍보처 부활론'마저 묵시적으로 동의하게 된 것일까?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홍보'란 무엇일까?

많은 홍보인들은 홍보가 조직이 현재 처한 상황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일방향적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거나 설득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말한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이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존재 양식과 관련된다. 이미 만들어진 구조적인 제약속에 어느 한 쪽은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진정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현 정부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정책홍보'가 국민에 대한 '설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이는 여전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국민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지속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많은 정부 정책들이 그러했듯이 현 정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정책을 확정하고 규정에 따라 전문가 토론회 등을 몇차례 연 뒤, 그 결과에 무관하게 시간에 맞춰 입법을 공표하려 했다. 하지만 이것이 바른 의미의 '정책홍보'는 아닌 것이다.

정부나 기업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성과 달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안된 사업은 무조건 추진해야 한다거나 정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나마 기업은 시장의 반응이 없다면 사업계획을 신속히 폐기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보고 깊게 생각하는' 정부가 국민을 이끌고 가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예방활동이 더욱 중요하듯이 정책결정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정책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는 홍보담당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책담당자들이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국정홍보처 또는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정부조직이 다시 만들어 진다면 무엇보다 홍보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대통령의 최근 담화에는 강조점이 '홍보'에서 '국민과의 소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홍보'와 '소통'이 다른 것이 아니다. 조직과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홍보, 그것이 바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고, PR 2.0이 아닌가.  




2008. 4. 30. 00:22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회사에서 고객사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루 종일 위기 관리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기존의 단순한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시 언론대응교육의 수준을 뛰어 넘는 실질적인 모의훈련이었다.  약 한 달간의 위기요소 진단과정을 통해서 파악된 위기요인들을 일련의 상황속에 체계적으로 녹여넣음으로써 그야말로 역동적인 모의훈련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물론 진행 상 몇가지 실수들도 있었지만 훈련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트레이닝에 임해 주었고, 훈련성과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주어서 우리 트레이너들도 상당히 고무되었다. 반면에 트레이닝에 투입된 영상촬영팀은 약간 불만인 듯한 눈치였다. 일반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에서는 한번 카메라 세팅을 하고 나면 거의 움직일 필요가 없었는데 이번 모의훈련에서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계속 옮겨다니며 촬영을 하게 되었으니 무척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기업의 교육참가자들은 대학생들의 교수 수업평가 이상으로 강사의 자질이나 교육의 질에 대해서 적나라한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육, 트레이닝, 나아가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에 개발된 교안이나 포맷에 대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회사 역시 부분적으로 정체되었던 순간들도 있었고 고객들에게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읽을 수 없을 때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회사 직원 모두는 부사장님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개선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오늘 그 과실의 일부를 맛볼 수 있었다.  

훈련참가자들의 평가의견 중에는 이미 준비된 일련의 시나리오에 대응을 하게 되어 한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에는 더욱 interactive한 시나리오 전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봐야겠다.

2008. 4. 14. 02:02

위기관리의 전문성(?)

'모든 위기는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사회적으로 해결된다.' 어디선가 이런 표현을 들어 본 것 같다. 실제적인 위기요인의 영향력이나 발생가능성 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될 때 정말 '위기'상황이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클라이언트들과 위기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클라이언트들이 질문을 던진다. 혹시 재무관련 리스크 분석도 하시나요?  생산공정관련 리스크 분석은? ......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해당분야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게 되어 난감해 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내 위기관리의 사회학적인 관점에 대해 스스로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위기관리 컨설팅사에서는 이러한 분야별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양한 위기요인들이 실제 '위기'로 발전하는 과정은 결국 사회적인 현상을 통해서 이다. 위기의 원인이 재무적인 것이든, 기술적인 것이든, 범죄에 의한 것이든 간에 위기대응이나 처리방식은 사람들이 회적인 과정이며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위기가 발생한 담당부서에서는 해당 위기요인의 특수성 또는 전문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위기의 일반적 사회적 특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자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같은 문제를 고객이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베블렌이 말한 'trained incapacity'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같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리라.  

실제로 위기의 확산은 언론의 증폭과정을 거치고 있다. 평소에는 주목할 가치가 없던 일상적인 일들, 기사가치가 없던 현상들이 갑자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예를 들면 소비자단체에 집계된 수십건의 이물질 검출 사례는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 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가 새롭게 전달된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렇게 불평할 것이다. 원래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재수없게 엮였다고...

한편 기자들은 다른 기자들이 쓴 기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동종업계나 다른 계열사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위기상황은 쉽게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제공하는 위기관리 서비스는 해당 조직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기중심적인 관점을 벗어나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각 업무분야의 '전문가'들이 '비전문가적인 일반인들의 시각'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소 역설적인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