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9. 23:24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10가지 이유에 관해

김호님이 블로그에 올린 자료 '당신의 위기관리계획이 쓸모없어진 10가지 이유(Eric Dezenhall 저)'라는 글을 읽고 느낀점을 몇 자 적어본다. 10가지 이유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찰력과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1. 조직 미션의 혼재 (mixing corporate missions)
매순간 새로운 가치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커다란 시대조류나 조직의 미션이 아니라도 매 시기의 주요 화두는 조직 미션과 거의 맞먹는 중요한 아젠다로 등장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식품안전이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전에는 대수롭게 넘어 갈 일도 기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초상집에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고 문상을 간 히피족이 될 수 있다.  

2. 과학의 재발견(Science Redefined)
포스트 모던 시대에 더이상 과학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지 못한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해당 업체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과학의 권위를 이용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과학이 더 이상 업체의 잘못을 감싸 줄 수 있는 독점적인 쇼올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3. 금력? 근력? (The muscle of money)
 상위 10개 NGO의 재정이 100억달러를 넘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엄청난 명예훼손 소송금액으로 반대의견을 짓누르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간의 네트워킹이 강화되고 있으니.

4. 경량급 언론(Media lightweights)
흥미로운 통찰력이다. 재정적인 압박의 심화로 인해 많은 언론사들이 경험없는 신참내기 리포터들을 많이 쓰고 있고, 휴대폰 카메라에 의한 제보나 UCC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5. 월스트리트 압박(Wall Street shakedown)
  이미 사회적 기업만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운용되고 있는지 오래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장하성펀드가 운용되고 있지 않은가.

6. 잠옷입은 블로거(pajama-clad bloggers)
위에서 언급한 경량급 언론과 비슷한 요인으로 잠옷차림으로 활동하는 '시민언론' 리포터들에 주목하고 있다.  

7. 코메디 vs. 뉴스
젊은이들이 뉴스나 정치에 관심을 잃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오랜 이야기이다. 코메디에서 비꼬는 소재들을 통해 처음 관련 뉴스를 접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니...

8. 브랜드 활용(?)(Co-opting your brand)
아주 중요한 지적인 것 같다. 똑똑한 시민단체들은 기업들이 브랜드 관리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브랜드를 공략해서 그들의 항복을 받아 내고 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9. 지적재산권의 몰락
각종 불법다운로드나 복제물에 대해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재미없는 얘기같아 보인다.

10. 체를 통해 흘러나가는 정보유출 (leaking like a sieve)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다.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이기 때문에 주로 외부자들을 대상으로하는 정보보안이 효과없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미 많이 강조 되고 있는 whistleblower. 아마 서구에서는 15분짜리 토크쇼의 명성을 얻거나 출판을 염두에 둔 내부고발자들이 많은 듯한데 모 변호사의 케이스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아직 내부고발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편인듯하다. 평가야 어떻든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니 해결책은 깨끗해 지는 수 밖에 없을 듯...

그렇다고 모든 계획이나 매뉴얼이 더이상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매뉴얼을 경전으로 생각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부적합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며 모의훈련을 통해 그 실효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겠다.
2008. 3. 29. 22:26

제품 소각식 기사를 읽으며

제조업체에서 제품불량사고가 나면 대부분 제품소각을 한다. 법에 따라 반드시 소각처리 해야  할 경우도 있고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모 식품회사에서도 제품소각을 하고 있지만 수거된 제품의 양이 턱없이 적어서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했던가 아니면 자발적인 행동이 타의에 의한 행동보다 학습효과가 더 크고 오래 지속된다는 '진리' 때문일까. 십여 년 전에 150억원 어치의 제품을 소각한 삼성전자는 더 크게 성장하여 세계적인 휴대전화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반면에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소각된 제품량이 많지 않은 그 식품회사는 이미 사과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새출발을 약속했음에도 어쩐지 그 말이 미덥지 않다.   

상징(symbol)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진부해지기도 쉽다. 겨울철이면 여기저기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벌인다. 그야 말로 연례행사로 보이기 쉽다. 어떻게 하면 회사의 진심을 알릴 수 있을까? 모 회사 광고처럼 'show'하는 것 처럼 보일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남들 다하는 행사에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수 도 없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남들은 몰라도 직원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지금 저기 불타고 있는 상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그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직원들이 바라보는 소각식과 일반 국민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바라보는 장면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직원과 그 가족들을 통해서 나가는 입소문은 더 크고 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엎어진 물은 어쩔 수 없을 지라도 앞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나아가서 지금의 실수를 발판으로 더 많은 깨달음과 배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제 아무리 비싼 수업료라도 기꺼이 치를 수 있어야 한다.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질 때 배움의 기회는 날아가 버린다. 물론 이러한 커다란 학습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경영진의 깨달음이 있을 때 직원들이 '배움'과 '변화'가 비로소 가능하고 , 실체가 변화한다면 자연스럽게 '홍보'도 이루어 질 것이다.

홍보인들은 상징과 실체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일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오로지 상징만을 가지고 일하도록 허용된(?) 홍보인들이 실체라는 '금지된 열매'를 자꾸 쳐다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2008. 3. 29. 17:12

'냉정과 열정 사이(?)' 코너를 시작하며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 소설 가운데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 제목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성과 감성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분법적인 대립도 아니고, 같은 감성차원에서의 대립적인 구도라는 점에서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든다.

PR업계 종사자들의 삶이 바로 '냉정'과 '열정'사이를 오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동시에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전사적인 대응과정을 이끌어 가야하는 것이 PR인들의 주요 임무이기 때문이다.

각종 위기상황에서 법무팀의 결정이 항상 방어논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반응을 보이는 '냉정'한 것이라면 이에 비해 홍보팀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열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보팀 역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항상 이해관계자들의 가슴만 헤아리고 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단지 '중용'(the Golden Mean)이라는 이름 뒤에 적당히 숨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PR인들의 역할이 바로 합리적 사고방식을 지닌 '경제인'으로서의 조직이 '인간적'인 얼굴을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팀블로그에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게 되었다. 앞으로 PR인들을 고민에 잠기게 만드는 까다로운 이슈들에 대해서 다소 절충적인 관점에서 글들을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