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3. 08:13

포장마차와 새벽시장의 "동감"

구 의회의원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인의 현장방문은 정치적인 행보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대통령의 새벽시찰도 주로 포장마차, 청소부,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같은 새벽 순시는 예나 지금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려고 하는 지도자의 의지로 비춰진다.  

최근 현직 대통령께서 우리 동네(바로 옆 동네이지만 별 차이는 없다) 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언론이나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비록 방문장소는 여전히 수십년 전과 똑같은 포장마차, 재래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이 경제주체들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구조 속에 놓여있음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번 방문이 수행원들이나 언론을 많이 대동하지 않은 새벽방문이었다면 국민과 소통하려는 지도자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로만 소개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낮 시간에 수행원과 함께 방문 한 것이므로 민생현장에서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서 무언가 답을 가지고 만났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미리 준비한 대안이 '인터넷 경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명확한 분석과 답변이 필요했다고 본다. 이번 방문을 통해 예상되는 질문은 무엇이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결론은 '마트 규제론'도 아니고 '재래시장의 인터넷 경제화'도 아닌 '좋아진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무릇 정치인의 행보는 당연히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치적 활동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움직일 수 있기 위해서는 전략적이어야 한다.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수돗물처럼 '편집'냄새가 너무 나면 시청자들이 불평하듯이 적절한 수준에서 계산을 따져 보아야 한다. 이번 현장방문의 경우, 만나서 부딪쳐보고 대안을 생각해 보기에는 날이 너무 밝았던 것 같다. 아니면 같은 장소를 두고서도 과거와 현재의 세월차이가 너무 났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민경제를 상징하는 경제주체들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예전과는 달리 오늘의 그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토로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9. 7. 1. 22:12

가전기업의 동영상 캠페인


최근 Philips에서는 "필립스의 도전(Philips Versus)"이라는 동영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 삼성전자에서 양떼를 활용한 CCC 동영상 광고를 제작했었는데 이번에는 Philips에서 바톤을 이어 받았나 보다.
 
Philips Versus the Sun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는 필립스 예약조명기구를 이용해 아침이 밝은 것처럼 수탉을 속여 넘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의 양떼 광고보다는 스토리 라인이 분명하지만 그 단순성과 예측가능성, 그리고 닭을 귀찮게 한만큼 감동적인 결과가 없다는 점에서 그리 높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유사한 동영상을 떠올리다가 효과적인 메시지를 위한 Heath & Heath의 SUCCESs모델이(Simple; Unexpected; Concrete; Credible; Emotional; Stories) 다시금 생각났다. 또한 동영상에 달린 댓글등을 통해 볼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대로 된 CCC 하나 만들기가 정말 쉽지 않음을 느꼈다.   

#123 Chicken watching TV

#123 Chicken watching TV by ☻mrhappy☻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2009. 6. 30. 00:16

코틀러 교수와 마케팅 3.0

최근 한국을 방문한 마케팅 분야의 석학 필립 코틀러 교수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다른 석학들과 마찬가지로 코틀러 교수 역시 지금은 격동(turbulance)의 발생이 일상화된 시대(new normality), 영원한 위기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왜 이런 역설이 가능하게 된 것일까? 글로벌 분업이 발달하면서 서로 상호간의 신뢰에 바탕을 두고 세부 거래가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장하나도 없이 20억벌의 의류를 만들어 내는 홍콩 기업의 이야기처럼 생산공정과 부품이 표준화 되면서 다양한 공급업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대신 각 하부단위의 공정상의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잡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선 신기술의 탄생이나 법-제도의 변화, 금융 시스템 붕괴 같은 격동을 재빨리 감지할 수 있는 공식조직을 가동해야 합니다. 바로 조기경보시스템이죠. 또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시나리오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고,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를 순발력 있게 가동해야 합니다." -Chaotics model-

사건사고 위험성이 높은 상황과 위기요인이 내재화 된 상황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체계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최근의 금융위기처럼 시스템 자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모니터링 방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의 조기경보시스템이 가능할 지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감이 잘 와 닿지는 않지만 이러한 조기경보 시스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관리 및 이를 기반으로 한 트라이앵귤레이션 (triangulation)를 통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두 8가지의 화두를 던지며 스스로 답을 주고 있다. 코틀러교수의 문답에 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다.

1) 스타벅스는 왜 매력을 잃었나?
    a. 이전의 성공에 도취되어 혁신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환경의 변화를 감지 하지 못하고 자기혁신을 게을리하는 모든 기업은 순식간에 경쟁에서 뒤쳐져 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코카콜라의 경우 어떤가? 다양한 용기와 맛을 추구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끊임없는 투자를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원형의 틀이나 한계를 깨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부정을 하면서도 결국 이에 실패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고부동한 브랜드 가치를 지켜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코카콜라의 고객들은 이미 오래전에 경쟁사로 대안을 찾아 떠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성공의 열쇠임은 분명한 것 같다.

    b. GM의 실패도 절박감, 기술개발, 소비자 요구 수용없이, 로비나 정유사와의 관계관리에 집중한 탓
 => 판을 새로 짤 수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기존에 힘있던 이해관계자와의 관계관리에만 집중할 경우 판이 깨지게 되어 파국에 이르고 만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c. 변화의 동인(change agent), 브랜드 관리, 핵심역량에 따른 재편(recomposition)을 통한 위기극복이 중요
 => 코틀러 교수가 소개하고 있듯이 제임스 콜린스 교수의 How the Mighty fall?는 무절제한 성장이 위기신호를 무시하고 막다른 골목을 향해 달리다가 결국 몰락하고 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문제제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고속성장의 메커니즘 속에서 지속가능성의 문제제기를 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어려운 상황이며 여기에 change agent 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남성복 업체 조셉 뱅크는 불황기 소비자의 지갑을 어떻게 열었나?
   소비자의 니즈 중심 공략 (실직, 건강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파고 들어라)
3) 미국환자들이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몰리는 이유는?
    차별화 (품질, 가격 등)
4) 콜케이트 치약과 메리어트 호텔의 공통점은?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군 보유
5) 벽돌과 시멘트로도 차별화를 할 수 있다고?
    집 짓기 행사로 멕시코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된 Cemex; Acme Brick 100년벽돌 품질 보증서
6) 불황기엔 줄여야 한다. P&G는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줄였나?
    제로베이스 예산편성(기존관행의 무시); 일괄적 삭감의 위험성 인식
7) 격동기 기업엔 왜 여성임원이 더 필요한가?
    노르웨이 대기업 이사진 40%이상 규정; 폭넓은 시야
8) 왜 마케팅 3.0인가? 
    마케팅 1.0: 소비자 생각(mind)에 호소
    마케팅 2.0: 소비자 감성(heart)에 호소 
    마케팅 3.0: 사람들의 영혼(Spirit)에 호소
    영혼에 호소하려면 품성(Character), 진정성(Authenticity), 배려하는 마음(caring)을 조직의 DNA에 착상시킬 것.

즉, 국민들의 시민의식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이 관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은 이미 어느 정도 표준화 되었음을 전제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자신의 영혼을 다루어야할 부서는 어디가 될까? 혹시 코틀러 교수는 마케팅3.0 이라는 책을 준비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c\_/
c\_/ by . SantiMB . (inspirin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