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8. 17:14

모 신문 연출사진의 재구성

오늘 아침에 모 신문사에서 올린 연출된 사진의 사과문을 읽으면서 왜 언론사 스스로 '자진납세'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기사 검색등을 하면서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을 나름대로 '재구성' 해 보았다.

주요 언론사에서 사과문을 게재하기까지에는 뭔가 압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온라인상에서 뭔가 먼저 터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간단한 기사 검색을 해 보았다.

아침 시간의 온라인 뉴스검색에서는 적어도 중앙일보보다 시간적으로 앞 선 기사가 없었다.
'흠~ 정말 자진납세일까?...'

주요 포탈에 몇가지 검색어를 넣어 보았다. 나의 검색능력이 떨어진 탓인지... 아직 뜨질 않는다. 회사내 몇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았지만 아직 분명한 의견들은 없었다.

잠시 후 자리에 되돌아와 보니.. 기사들이 뜨길 시작한다.

역시 온라인이 발화점이었다. 문제의 사진이 게재된 7월 5일 당일 다음 포토즐에 ID명 앨버님이 사진 내용의 '진실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사진 구도분석(?)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이러한 분석내용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다. 왜 김치가 없느냐, 여자들이 먹는 양이 왜 이리 많으냐, 왜 주변에 손님들이 없는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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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오프라인 언론의 취재가 덧붙여졌다. 미디어비평 전문지 기자의 블로그에 따르면 한 언론사로부터 기사 제보가 있었고 이에 따라 해당 언론사 취재를 시도했으나 당사자가 연락을 끊어 취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초 취재를 시도했던 기자는 해당 언론사의 사과문 자체가 전후 배경을 드러내지 않고 자발적인 사과공지를 한 것으로 제시되어 사건의 맥락과 다르다며 유감을 밝혔다.

기자 보도를 통해 알려진 아고라 게시물의 댓글을 일일이 읽어보았지만 확증이 아니라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실마리를 제공하는 제보도 있기는 한 듯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기자의 제보 및 공식취재 활동이 사과문 게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우연이 필연을 낳는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온라인 의혹제기와 오프라인 취재움직임이 합쳐져서 해당 언론이 사과문을 공지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전문적인 언론사 기자들과 시민기자들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전에는 '제4부 권력기관'인 언론의 감시자 역할만을 담당하던 시민들이 이제 '블로거 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보담당자들이 어설픈 연출이나 기획을 하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화'를 자초하는 것일게다.

사과문에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사 자체의 윤리기준에 따른 사과문 공지는 아니었으며 자체기준에 따른 처리방침도 언급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혹시나 하는 우리 언론의 '자율검증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져 버린 것도 안타깝다. 그리고 대단한 집중력을 보이는 집단지성의 힘에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2008. 7. 6. 23:56

시스템 사고에 입각한 정책설계방안 (SERI 보고서)

최근 SERI에서 '시스템 사고에 입각한 정책설계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정책 부작용의 예방을 중심으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자들은 의도하지 않은 정책효과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수립 방안에 관해서 논의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각종 정책의 부작용이 환경변화나 반대세력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상황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으며 시스템 사고를 통해서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학 관점의 보고서이지만 Public Relations 일반 특히 정책홍보 관점에서도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홍보담당자들이 조직이나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대화 및 관계관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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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 시스템적 사고에 기초한 정책설계방안, 2008)


보고서는 시스템 사고란 피드백 루프 중심으로 사고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사고모형에 내포된 한계와 오류를 시정하는 수단으로 역할한다고 정의하고 있다(ii쪽).  연구자들은 정부조직과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는 표현 대신에 '피드백 루프'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피드백 루프는 행위주체의 의도한 결과에 대해 반응하는 피드백 루프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반응하는 루프로 나뉘어 진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들의 범주는 통상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대체로 넓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루프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 홍보관점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관행적으로 또는 시간과 예산의 제약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의도하지 않은 루프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것 처럼 대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해당 조직은 정당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

보고서는 의도한 루프와 의도하지 않은 루프에 따라 부작용 발생구조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제어실패형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처럼 정부의 단속행위가 성매매 음성화를 유발해 장기적으로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를 말한다. 원상회귀형은 환율방어정책처럼 정부가 외환매입을 조절하려고 했으나 수출과 투기수요 기제가 작용해 조절노력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원래 상태로 환원되는 경우다, 불균형심화형은 농공단지 조성정책에서처럼 의도한 부문에서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다른 지역의 인구유출 및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다른 부문에서의 희생을 수반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장한계형은 신용카드활성화 정책처럼 소비와 경기의 순환적 강화하려는 노력이 신용불량 증가로 인해 성과를 뒷받침하는 기반을 잠식함으로써 한계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를 나타낸다. (쪽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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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서는 정책 부작용의 발생원인으로 정책집행이후 단계에만 집중되는 관심, 실패 원인규명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제기, 특수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패경험을 일반화하려는 노력 부족 등을 들고 있다. 

따라서, 정책실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형성 단계에 대한 평가 강화, 현실인식의 한계 및 오류 분석, 부작용 발생에 관한 일반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시스템 사고의 도입을 통해 실패의 용인, 다양성 촉진, 토론을 활성화함으로써 피드백 루프 인식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입장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다른 사고방식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하며 제도적인 협의 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결국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Public Relations function이라고 하겠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신이 의도한 대로의 결과를 언제나 완벽하게 얻을 수는 없으며 따라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조직이 이렇게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 기업의 설립이념 또는 맨트라에 확신을 가진 기업들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성공적인 조직'(excellent organizations)들은 각종 법규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관리 활동이 바로 'Public Relations'이다. 홍보담당자들도 이같은 시스템 사고방식을 부지런히 몸에 익혀야 할 것이다.

2008. 7. 4. 21:19

시나리오 플래닝의 5단계

요즘 시나리오 플래닝이 비즈니스의 주요 결정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 봄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로열더치셸, 노키아, 바스프 등이 시나리오 플래닝에 적극적이며 성공한 케이스로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5단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고 한다.

1. 무엇을 의사결정할 것인가 : 핵심이슈 파악
2. 변화동인은 어떠하며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변화동인 파악
3. 의미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시나리오 도출
4.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서술할 수 있는가? : 시나리오 쓰기
5.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대응전략 수립
(자료: 동아일보 2008. 3. 8)

시나리오 플래닝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주의할 점은 시나리오의 역할이 정답 자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존재하는 '범위'를 규정해 주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 접근방법은 특히 위기 커뮤니케이션 및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