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4. 21:01

직원과 고객의 관계 vs 직원관계와 고객관계

모든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절대적인 의미에서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없지만 작게는 각 기업마다, 크게는 업종별 특성에 따라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순위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B2B기업이나 생산재 제조업체의 경우 노조의 영향력이 여러 이해관계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소비재 제조업체의 경우 고객들의 중요성이 더욱 큰 경우가 많다. 

내부 직원들은 항상 모든 기업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이다. 많은 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최상의 고객서비스를 강조하면서 간혹 직원들의 희생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과 직원간의 마찰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고객에 대한 직원의 사과를 강요하기도 한다. 굳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서비스 현장의 직원들에게 고객들앞에서 항상 바른 자세로 서서 웃는 얼굴을 보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심리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서적 노동(emotional labor)'이라는 용어를 붙이고 연구의 주제로 삼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간에 걸친 정서적 노동은 직원의 정서적인 탈진 및 고갈(emotional exhaustion or burnout) 또는 낮은 직무만족도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내부 직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고객을 비롯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얻더라도 그 조직의 성공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반대로 내부 직원의 마음을 얻더라도 외부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욕구가 조화를 이루며 충족될 때 비로소 최적의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전 물의를 일으켰던 도미노 피자 직원들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도미노 피자 본사의 기본적인 포지셔닝은 적절했다고 본다 (물론 문제의 직원들에 대한 '지나친 표현'들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지만).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노고와 생존의 문제를 적절하게 상기시킴으로써 일방적으로 '전체 직원'들을 소비자들 앞의 가해자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국내 주요 유통업체에서도 계산대 담당직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결정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막대한 경영적자를 내고도 엄청난 배당금을 챙기는 해외 CEO들이나 '신의 직장'에 다니는 직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 역시 반대의 상황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이해관계자 관리는 기본적으로 이슈관리의 성격을 지닌다. 같은 종류의 쟁점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적인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계적으로 해당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이 순위에 따라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관계관리(relationship management)가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Public Relations이나 stakeholder relations은 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이자 기술(art)인 것이다.
2009. 4. 26. 00:38

외국계 클라이언트 모니터링 서비스 팁

현재 외국계 클라이언트의 모니터링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관련 분야의 모니터링 후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이메일로 보고하는 형식이다. 클라이언트 본사의 PR대행사가 1차적으로 각국의 모니터링 리포트를 리뷰한 뒤에 클라이언트에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클라이언트 담당자와의 업무조율이 쉽지만은 않다.  관용적 표현, 영미식 철자 및 표기법의 차이에 대한 것은 물론 심지어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 물론 클라이언트 중심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의 요청에 따라 수정한 뒤 클라이언트에게 발송하고 있다. 모니터링 서비스야 PR대행사의 기본 업무이지만 외국클라이언트와의 업무는 또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외국계 클라이언트의 모니터링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몇가지 정리해 본다. 

물론 가능하다면 관련기사의 논조 및 미묘한 뉘앙스까지 전달할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내에 신속하게 업무를 완결짓는 것이 가장 핵심이므로 적절한 업무처리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요약문(Summary)만 읽고 클라이언트 관련 보도상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도움이 되겠다.

① (국문)기사문구에 충실한 '직역' 보다는 사실(fact)에 기반한 '의역'이 효과적임 
외국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경우, 특히 전문분야를 다룰 때, 실제 기사 문구에 충실한 직역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많다. 주어진 시간 내에 보고를 완료하기 위해 사실(fact) 중심으로 문맥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좋다.   

② 기사의 '뉘앙스' 차이를 살리기 보다 평이한 문장으로 핵심을 전달할 것
최근들어서 국내 언론의 기사 제목 등은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 문법에 맞지 않더라도 주목을 끌 수 있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외국 클라이언트가 이를 이해하도록 하기에는 시간적으로나 번역능력에서 무리가 있다. 더욱이 클라이언트는 현지 상황의 '흐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말 표현상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자칫하면 클라이언트 쪽에서는 '문법적 오류'나 넌센스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③ 배경지식 또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 한국적인 '상식'에 대한 설명강화
심지어 전문용어의 경우에도 클라이언트 또는 파트너사의 이해도가 다를 수 있다. 더구나 사회-문화-경제적인 배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하고 분명한 것일수록 다른 문화권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④ 각주 등을 통해 주요 사건/이벤트의 배경을 간략히 소개하거나 상기시킬 것
필요할 경우 요약문과 별도로 한국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클라이언트들의 경우 각국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동시에 받기 때문에 직전에 일어났던 일이라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당 보고서에서 충분히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추가해 줄 필요가  있다.

⑤ 필요시 전문번역을 제안할 것
실제 기사에서는 어떤 표현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기사의 논조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원래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문(full text)번역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전문번역 여부에 대한 결정은 클라이언트쪽에서 내리게되지만 필요시 이를 제안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기사 전문을 아무리 충실하게 번역하더라도 기사의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을 수 있다. 전문번역에 따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미리 사전에 협의가 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보고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칫 상대방의 감정을 다치게 하는 표현을 하기 쉽다. 이는 언어소통의 한계,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감수성 부족, AE 자체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을 잘 극복하는 것이 하루 하루의 큰 과제이기도 하다.  

http://www.flickr.com/photos/fanthomas/2318871111/in/pool-419512@N22
2009. 4. 25. 20:41

위기관리 진단조사

클라이언트사에서 팀장급 대상 위기관리 진단워크샵을 진행한다고 해서 담당AE와 함께 참관하게 되었다. 워크샵을 진행한 클라이언트사 임원께서 위기관리의 개론을 간단하게 소개한 뒤 각 부서 및 타 부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위기요소에 대한 각 팀장의 의견을 물어 보았다.

위기요소에 대한 팀장들의 의견교환을 통해 그동안 같이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위기상황에 대한 서로의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된 잠재적인 이슈의 경우,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도는 각 팀장들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만일 이러한 상태에서 각 부서장이 미디어와 접촉을 하게 되었을 경우, 당연히 해당 팀장은 해당 이슈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잘못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해당 팀장이 법리적인 부분을 잘못 알고 대답을 했다면 회사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 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은 잘못된 정보에 대해 해명을 하느라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 진단조사를 통해 그동안 잘못되었던 부분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좁힐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서 핵심이슈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워크숍에서는 위기 진단조사에서 흔히 나타나기 쉬운 '침소봉대형' 위기문화와 '축소지향적' 위기문화 중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침소봉대형(overly senstive-type)' 위기는 토론자들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위기요인을 확대해석하는 경우로 거의 모든 것이 전사적인 위기사안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전략적인 선택'을 내리는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제한된 시간, 인력, 예산을 가지고 효과적인 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축소지향적' 위기는 자기 부서의 문제점을 드러내 놓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위 경영진들 앞에서 담당부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하지 않는 부서장들의 심리에 따른 것이다. 

팀장들의 적극적인 토론 참여와 인하우스 담당자의 준비를 통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회사에서 제공했던 교육 및 서비스 내용을 충실히 소화함은 물론 자체적으로 개선발전시켜온 인하우스 담당자들의 노력덕분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클라이언트의 교육수준으로 인해 기대수준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