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oken door nob face by chidorian ![]() ![]() |
"그런데 말이야,"
예전에 어느 부대의 사단장님은 회의를 끝내고 나가면서 문고리 잡고서 30분 훈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국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은 거다.
기자들이 쓰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흔히 기사는 역피라밋 구조라서 가장 중요한 정보가 제일 윗단에 배치되고 마지막 문단은 중요성이 떨어지는 내용들이 배치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문단 때문에 홍보담당자들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기사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는데 제일 끝에 가서 반전(!)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자들은 기사를 끝맺을 때 흔히 '현장 관계자'의 입을 통해 기자 자신의 견해를 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단순히 '관계자'라고 적기 때문에 기업의 윗선에서는 발언자로 추정되는 담당자들을 의심하게 되기 일쑤다. 그야말로 난데없이 날아온 눈 속에 돌이 들어 있는 격.
심각한 경우에야 후환을 무릎쓰고 공식/비공식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온라인 기사의 수정을 요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다. 사실무근이므로 해당 문단을 통째로 들어내 달라고 요청해야 하나? 운이 좋으면 받아들여 질 수도 있겠지만 확률은 낫다. 기자들도 그정도 반응은 예상하고 쓰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단이 통으로 날라가면 기사의 모양새가 이상해진다. 따라서 최소한의 문구 수정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대안을 가지고 접근하는 편이 성공확률을 높여 준다.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 What A Deal! by Adam Melancon ![]() ![]() ![]() |
새해 첫날부터 예고없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던 커피전문점 A사에게 계속해서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뒤늦게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언론의 포화를 늦추지는 못했다. 사실 약 1년여 전에 약간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했던 경쟁업체 B사의 경우에도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았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물론 관련기사에서 기자들도 적고 있듯이 각 기업은 담합을 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커피 가격 인상에 대해서 언론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사뭇 전과 다르다. A사의 경우 300원을 인상했지만 관련 언론보도는 이른바 주요 매체들을 포함해서 수십건의 보도가 기록되고 있다, 반면에 B사는 200원에서 700원까지 인상해 그 폭이 훨씬 컸음에도 불과 몇몇 매체에서만 잠시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을 뿐이었다. 물론 양 사의 언론관계 능력의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기사에서 짚고 있는 쟁점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A사의 경우 연초에 업계 1위업체가 보인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일단 형식적인 측면에서 가격인상과 관련해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논리적인 측면에서 해명보도자료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짚고 있다. 즉 몇몇 비수기 상품의 가격인하를 내세워 가격인상이 아닌 '조정'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한 거부감, 사전고지를 할 경우 타 업체의 동반 인상 가능성 우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커피 전문점은 주요 경쟁사인 B 커피전문점이 지난해 가격을 올릴 때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했기 때문에 적절한 설명이 있었다면 별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해당 커피전문점은 별도의 공지없이 슬그머니 넘어가기로 결정했고 결국 그 선택은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결국 논점은 이벤트 공지 등과 같이 필요할 때에만 보도자료를 내보내지 말고 가격변동 등 기업의 주요 정책 변동이 있을 때에도 빠짐없이 공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상장사들이 주요 정책변화 시 공시의무를 지듯이 정보를 가감없이 지속적으로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커피전문점 뿐만 아니라 저용량 단위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기존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서 실질적인 가격인상 효과를 얻으려는 기업들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들이 있었다. 사실 가격 인상폭의 크기나 빈도 보다는 그 변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당성이 없다면 다소 시간이 지나더라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국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하게 인상배경을 밝히는 것이 이번 경우처럼 지나친 언론의 관심과 빈축을 피하는 방법이 아닐까. 사실 명품과 같은 고가품은 아니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역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커피 애호가들의 증가를 통해 국내시장을 급속하게 만들어 냈다. 그리고 가격 그 자체가 커피 구매결정의 큰 요인이 되지 않음은 가격인상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온 B사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기사들이 이번 가격인상에 따른 업계의 파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PR 실무자로서 나는 A사 및 동종업계의 학습능력을 한번 기대해 본다.
최근 동아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이태리 모데나에 위치한 페라리와 미국의 포드간의 자동차 경주 혈전에 관한 책 "Go like Hell"을 소개하고 있다. 이태리의 모데나는 페라리, 램보르기니, 마세라티, 드 토마소, 파가니 등의 수퍼카 본사나 공장이 위치하고 있어 "엔진의 수도"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유럽의 작은 도시이지만 세계적인 명차들의 고향이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얼마전 회사에서 조직개편을 했다. 규모면에서는 작은 편인 우리 회사도 모데나 처럼 다양한 전문 PR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PR인의 산실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각 팀장의 관심분야와 장점을 살려서 분야별로 수퍼카 수준에 이르는 브랜드로 잘 키워 같으면 좋겠다.
물론 대량생산체제를 바탕으로 수퍼카를 만들어냈던 포드나 소수 수공업체제를 통해 양산차로 발전한 페라리처럼 각 회사마다 택할 수 있는 성공전략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페라리나 포드 모두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했고 이를 통해서 계속해서 슈퍼카의 명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혁신 그 자체가 영원한 왕좌를 약속하지 않지만 그러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지금까지 명가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