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4. 00:18

가격인상의 기술

What A Deal!
What A Deal! by Adam Melanc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새해 첫날부터 예고없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던 커피전문점 A사에게 계속해서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뒤늦게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언론의 포화를 늦추지는 못했다. 사실 약 1년여 전에 약간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했던 경쟁업체 B사의 경우에도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았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물론 관련기사에서 기자들도 적고 있듯이 각 기업은 담합을 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커피 가격 인상에 대해서 언론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사뭇 전과 다르다. A사의 경우 300원을 인상했지만 관련 언론보도는 이른바 주요 매체들을 포함해서 수십건의 보도가 기록되고 있다, 반면에 B사는 200원에서 700원까지 인상해 그 폭이 훨씬 컸음에도 불과 몇몇 매체에서만 잠시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을 뿐이었다. 물론 양 사의 언론관계 능력의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기사에서 짚고 있는 쟁점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A사의 경우 연초에 업계 1위업체가 보인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일단 형식적인 측면에서 가격인상과 관련해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논리적인 측면에서 해명보도자료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짚고 있다. 즉 몇몇 비수기 상품의 가격인하를 내세워 가격인상이 아닌 '조정'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한 거부감, 사전고지를 할 경우 타 업체의 동반 인상 가능성 우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커피 전문점은 주요 경쟁사인 B 커피전문점이 지난해 가격을 올릴 때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했기 때문에 적절한 설명이 있었다면 별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해당 커피전문점은 별도의 공지없이 슬그머니 넘어가기로 결정했고 결국 그 선택은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결국 논점은 이벤트 공지 등과 같이 필요할 때에만 보도자료를 내보내지 말고 가격변동 등 기업의 주요 정책 변동이 있을 때에도 빠짐없이 공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상장사들이 주요 정책변화 시 공시의무를 지듯이 정보를 가감없이 지속적으로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커피전문점 뿐만 아니라  저용량 단위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기존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서 실질적인 가격인상 효과를 얻으려는 기업들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들이 있었다. 사실 가격 인상폭의 크기나 빈도 보다는 그 변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당성이 없다면 다소 시간이 지나더라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국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하게 인상배경을 밝히는 것이 이번 경우처럼 지나친 언론의 관심과 빈축을 피하는 방법이 아닐까. 사실 명품과 같은 고가품은 아니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역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커피 애호가들의 증가를 통해 국내시장을 급속하게 만들어 냈다. 그리고 가격 그 자체가 커피 구매결정의 큰 요인이 되지 않음은 가격인상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온 B사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기사들이 이번 가격인상에 따른 업계의 파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PR 실무자로서 나는 A사 및 동종업계의 학습능력을 한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