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1. 00:53

설연휴 휴무공지, 얼마만큼이 충분할까?

모 금융기관에서는 설 연휴기간 동안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모든 거래업무를 중단할 계획이다. 연휴 4일 동안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ATM 입출금 등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는 것인데 과연 이에 관해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해당 기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고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객장 안내, 홈페이지 팝업창, 문자메시지, 신문광고 등을 활용해서 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본사에서 지역본부로 관련공문을 보냈으며, 문자메시지는 15일 경에 고객들에게 발송된 것 같다. 이 금융기관은 시스템 업그레이드시 오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8차례 시스템 점검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휴기간 동안 큰 불편을 겪게 될 고객들에게는 불과 10여일 남짓한 공지기간이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매장 안내문 게시, 홈페이지 팝업공지 및 문자 메시지 통보 일시는 확인되지 않았음)

중요한 것은 어떤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벌였는가가 아니라 고객들의 상황 인지도라고 할 때 과연 커뮤니케이션 계획이 효과적으로 수립되고 진행되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상황이 전개되기 전이므로 언론홍보 분야를 중심으로 몇가지 생각해 볼 점들을 적어본다. 

1. 공지 기간이 충분한가
   원래 '고객'들이란 건망증이 심하고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에도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무리 오랫동안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보내더라도 고객들의 메시지 인지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한정 시간과 예산을 쏟아 부을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최대한 전략적인 접근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주요 언론사에서 관련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15일부터이지만, 20일 현재까지 국내 최대 발행부수의 조선일보 등에는 관련 공지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2. 핵심 고객들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가
   다른 대체 금융기관이 많은 도시지역과 달리,  비도시 지역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서 핵심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검토해봐야 겠다. 예금고 면에서는 비 도시 지역 고객들이 주요 고객이 아니더라도 조직 존립의 근간이 된다면 뭔가 특별한 지원책을 강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서비스 취약 지구에 대해서는 서비스 중단에 대해 별도로 장기적인 홍보를 펼친다거나, 수기통장 업무를 지원하는 등 배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일부 언론에서는 다른 은행들이 없는 농촌지역에서는 대안이 없어 갑자기 추가적인 현금이 필요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소개하고 있다. 결국 금융기관의 편의주의적인 결정이 아니냐는 불만으로 연결된다. 

3. 핵심메시지가 제대로 정확하게 전달되는가
서비스 중단 내역이 다소 복잡해서인지, 관련보도 메시지도 크게 3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연휴기간 중 금융거래 전면 중단'만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유형, 둘째, '금융거래가 중단되지만 일부 서비스(이체 등)가능'함을 소개하는 유형,  셋째, '금융거래가 중단되지만 토요일에는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유형이다.  

같은 사안에 대한 보도 내용의 차이는 일단 보도자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관의 보도자료에는 토요일에는 ATM을 통한 '이체'가 가능하다고만 적고 있다. 만약 토요일 저녁시간까지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ATM '입출금'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현재의 '연휴기간 전면중단'이라는 기사제목은 불필요하게 소비자의 불편을 강조하는 셈이 된다. 만일 이체만 가능하다면 일부 매체에서는 오보를 낸 것이 된다. 기관 입장에서는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많이 노출시키는 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4. 고객관점에서 메시지 작성이 되었는가 
 고객의 관점에서 보도자료를 작성한다면 혼란이나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보도자료에 나와있는 입출식 예금이 무엇인지 일반인들은 알기 어렵다. 개인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ATM 입출금 서비스는 언제까지, 이체서비스는 언제까지 가능하다는 식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했더라면, 그리고 농협이용 고객의 수를 바탕으로 공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기자들에게 설명을 했더라면,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준비했다거나, 이에 관해 잘 설명했더라면, 좀 더 효과적인 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사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깜빡하고 은행이나 ATM 이용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모쪼록 이번 연휴기간 동안 해당 기관의 고객들이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기 바란다. 

2009. 1. 13. 23:28

사과문안 준비

지난 주말에 사내에서 진행된 코칭 코치 교육프로그램 마지막 시간에는 여러가지 위기관리 서비스시 검토사항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부사장님이 준비한 자료 중에 특히 몇 가지 재미있는 점들이 있었다.

먼저 영미권에서는 사과문을 게재할 때 카피 역시 일반 광고문안 처럼 크리에이티브하게 작성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한 정중한 사과의 표시로 광고문안에 (회사명을 제외하고는) 대문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각각의 예시를 찾으려다 보니 좀 찾기 어렵다.

소문자 사용의 관련 근거를 찾아 보니 대문자는 강조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소문자를 쓴다는 것은 겸손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특히 사람의 이름을 소문자로 쓴다는 것은 고유한 인간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자기자신을 극한적으로 낮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소설 빨간 머리 앤의 <사과문(The Apology)>에서 관련 구절이 나와 있다.

Anne:
“Mrs Lynde, Oh Mrs Lynde,
You have been wronged and I have sinned.
My very soul is so chagrined,
I acted so undisciplined!
I should have laughed, I should have grinned,
I should have been more thicker-skinned,
Forgive me please, my hopes are pinned
On Mrs Lynde

...

I don’t deserve the human race,
Just make my headstone commonplace
And print my name in lower case,
Without an “e”…just leave a space…
Please Mrs Lynde, your rage rescind…
Please Mrs Lynde, I know I’ve sinned…
Please Mrs Lynde, I’m out of wind!
Please….Mrs….Lynde!”

흥미롭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사과문들은 "사과문", "깊이 사과드립니다",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등 다소 경직되고 형식적으로 들리는 말들로 시작된다. 어차피 사건/사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와질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사과문도 좀 더 다양해지고 주요 청중들의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2009. 1. 8. 20:01

Got fired? We Got your back!

미국 현대차에서 자동차 구매 후 1년 이내 실직할 경우 자동차 반납을 허용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 역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을 찌르는 프로모션이 아닐까 한다. 사실 미국에서는 차가 없으면 일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자동차 보유는 일종의 필수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몇가지 조건(string)이 붙어 있어서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그만큼 영업상황이 심각한 것 아니냐', '악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관련 기사 및 블로그에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놀랍다', 'Big3도 따라 해야 한다'는 등 긍정적인 코멘트들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상당히 공격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라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보면 일단 대담한(Big & Bold)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섭외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대차는 꼭 필요한 상황에서 대담한 프로모션을 펼쳐온 전례가 있음을 지적한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초기에 싼 값에 대량보급한 자동차로 인해 굳어져 버린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10 년 100,000 마일 보증제도를 도입해서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를 놀라게 했던 사례가 있다. 현대차의 품질 및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이 뿌리 깊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계 최고수준의 품질보증제도가 필요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까지 실질적인 매출관련 보도는 없지만, 핵심을 찌르는 이번 프로모션이 잘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관련소식을 보도한 국내 매체의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이 또 다른 생각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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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서도 업체의 수익성을 추구하는 획기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제공되지 않는가 하는 불만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유연성이 부족한 노조에 대한 반감,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불만 때문에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조차 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겠다. 내가 현대차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라면 어찌해야 할까? 대담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져가기에 앞서 기본적인 관계관리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독과점적인 시장지위, 권위적인 기업문화 등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겠다. 아마 국내 소비자들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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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I got your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