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4. 00:01

"밥먹으면서 부탁? No!!"

최근 오마이뉴스에서는 '밥먹으면서 부탁해서는 안된다'라는 제목으로 미국 한인유권자 운동센터(Korean American Voter Council) 김동석 소장의 인터뷰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미국의 현 상황에 관한 내용이지만 한미FTA 전망을 비롯해 정책참여, 합법적인 로비활동 등과 관련해서 우리에게도 생각할 점을 많이 담고 있다. 미국교포가 바라보는 새 정부에 대한 시각을 한국적인 상황에서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오바마 정부의 한미FTA 전망
김동석 소장은 새 정부의 한미FTA 관련 정책동향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에게 우리나라의 입장만을 강요하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미FTA에 대한 한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미의회가 감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언론에서조차 전통적으로 새 정부출범 직후에는 가급적 시비를 걸지 않는 '밀월'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김 소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한미 FTA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주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견해를 이해하고 상호 윈윈(win-win)의 논리를 만들 때 올바른 한미FTA 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FTA와 관련해 한국과 이해관계가 비슷한 미국내 일부지억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입장을 표명할 때 지역정부, 통상위원회, 나아가 연방정부도 이를 고려할 명분이 생기게 되므로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가 'low key'로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그의 답변에서 일방적으로 우리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협상 파트너가 처한 내부적 상황까지 잘 고려하고, 그 내부역학관계를 잘 활용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바마 정부 정책수립 과정에 대한 이해 및 접근방식
김동석 소장이 설명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수립 과정에 대한 이해 및 영향력의 행사방식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선거운동 당시부터 제도화된 거대자본의 로비나 불법로비를 반대해온 오바마정부이기에 앞으로의 정책참여는 당연히 논리적인 접근이 우선시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밥 먹으면서 '도와주겠다'는 약속받는 식으로는 안 된다(사실 자칫하면 그 과정에서 불법 로비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오바마 정부 내에서 정책결정 과정, 정책방향, 그것을 주도하는 인물이나 집단을 연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히 접촉하고 토의하면서 견해를 반영해야 한다. 단순히 부탁하고 다니는 것으로 될 일이 아니다. 견해와 논리로 토론하면서 이해시켜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논리와 철학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취임일까지는 물론이며, 그 이후 수개월 간에 정책기조가 사실상 확정되기 전까지 부지런히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정책 브레인 집단에서 기조가 확정되면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다. 라인 몇 개 동원해서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그렇게 접근할 경우 원래의 정책 자문집단과도 마찰을 빚을 수 있고, 그것은 때로 국가간 불필요한 마찰을 빚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사실 우리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정책형성과정에의 참여를 강조해 왔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정책참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 형식적인 정책참여제도를 운영한 탓도 있겠지만, 시민사회에서도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이해노력없이 반대의사 표시를 통해 개별 정책을 중단시키려 했던 소극적이고 반응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구체적인 대안 창출을 위한 민간의 씽크탱크 능력이 확충되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즉 선거운동 당시 또는 정권출범 이전에,  효과적으로 전달됨으로써 정책기조 형성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민간이 대안창출능력을 갖추고 정책논의 단계에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실질적인 '정책형성과정에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정책형성과정에 대한 참여 및 공정하고 적법한 로비활동 방향에 대해서 참고하도록 해야 겠다.

한국계 미국인은 한국인의 미래
끝으로 기자는 자신을 미국시민으로 소개하는 김 소장에게 한국계 미국인 또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위상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묻고 있는데 김동석 소장은 미국 정치계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은 큰 의미가 없으며 소수인종 중 '아시아계 미국인'이 의미있는 최소 단위라고 답변한다. 그래서 그는 미국 대법관 중 아시안계 1인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에 주목하고 있다. 

"난 지금 이 인터뷰를 '미국 시민 김동석'으로서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미국 사회 내부에서 더 나은 미국인이 될 수 있을 때 미국도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여러 인종과 민족의 각축장과 같은 미국에서 한인들이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미국 내 한인의 미래과 한국의 미래를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으로 자리 잡고 자신들의 국익을 극대화한다."

미국시민의 인터뷰 내용이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는 것은 미국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미국이 세계적인 다인종 다민족 사회로서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위기에 닥친 우리 사회가 미국내 한국인들의 입장에 관심을 가질 처지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미국을 지켜 보고 학습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다양한 실험을 지켜보면서 점차 우리도 다민족 다인종 사회로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 "밥 먹으면서 부탁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오바마 정부와 토론할 때"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