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9. 19:59

'섬유조직염' 투자논란

미국의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Eli Lilly)와 화이자(Pfizer)사가 아직까지 공식적인 질병으로 확인되지 않은 '섬유조직염'에 대한 컨퍼런스 및 교육 프로그램에 약 6백만달러를 지출한 사실이 알려져 현지에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 암이나 에이즈 등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한 치명적인 질병이 많이 있음에도 새로운 질병인지 조차 확인되지 않은 증상에 대해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비난이다.

관련 제약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원인모를 통증을 호소하는 가족이 있기에 관련 기사에 더욱 눈길이 간다. 원인규명 여부를 떠나서 실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 자체를 무의미한 것 또는 '호사'로 폄하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문제로 인식할 때에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의 질병으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향후 연구성과에 따라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수도 있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막대한 정부예산이 중요도가 높은 다른 질병연구에 쓰이지 않고 병명도 확실하지 않은 증상에 관한 연구를 위해 사용되었다면 문제가 좀 더 심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연히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회사에서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NASA의 우주개발 계획 같은 주요 과학기술 프로젝트들은,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예산 감축압력을 많이 받게 된다. 공공부문의 예산집행은 대체로 사업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므로 해당 사업이나 정책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인도주의적 프로그램들은 늘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는 하지만 어차피 근본적인 빈곤 또는 질병퇴치가 어려운 이상, 각종 중장기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해당 제약사들의 대응방식은 물론 평소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였다고는 하나 정작 해당 사업과 관련해 이슈관리 및 정당성 관리에는 제대로 신경을 썼는지 모르겠다. 창의적인 마케팅, 교육프로그램의 기획 및 실행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성원들에게 알려 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관련 사업의 중요성 및 정당성을 항상 당연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로부터 그 가치를 끊임없이 재인정받기 위해 항상 정치사회적인 환경의 변화에 유의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