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7. 23:35

때늦은 기자회견

천안함 침몰관련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 및 생존장병 기자회견을 보면서 착잡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행사의 주요 목적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의 규명'이 아닌 '의혹'해소에 맞춰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발표 주체였던 민군합동조사단은 조사결과의 객관성을 표현하기 위해 "~했음이 확인되었다"는 투로 각 의혹에 대한 답변의 결론을 내렸다. 또한 피해자이자 증인의 신분임에도 생존 장병들은 무성한 '의혹'을 벗기기 위해 애써 답변을 제시하곤 했다. 부정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용어로 바꾸어 답한다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그들이 민군합동조사단이었기 때문일까?  
  
이미 회견 전에도 예상되었지만 회견내용은 이전의 공식적인 당국발표와는 큰 차이점이 없었다. 생존자들에 대한 '보안교육'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 및 정부당국의 대응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외신기자조차 생존자들의 장기간 격리에 대해서는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장병들에게 '환자복'을 입히고 '의혹'을 풀어줄 증인으로 만든 것은 정부의 과도한 기밀주의,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불신의 탓이 컸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자회견의 시점 자체가 너무 늦어져서 기대할 것이 별로 없어진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의 목적은 이미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 더구나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사에게도 환자복을 입힌 이유에 대해서 '정신적 충격', '병원이라서' 라는 답변은 너무 빈약해 보인다.

기자회견의 시점이 좀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세계의 언론 앞에서 우리의 군이 취조(?)를 당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된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