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2. 23:56

'소문 권하는 사회'

최근 한겨레21에서는 루머관련 특집기사<소문, 불신시대의 바이러스>를 실었다. 특집기사는 소문이 '전달자나 상황에 따라 괴담, 첩보, 정보, 제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며 '소문의 착시효과' 때문에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고 적고 있다. '소문의 착시효과'란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단 한 가지만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사람들은 이후의 소문들을 사실일 것으로 믿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사람들이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보다 편향된 사고의 개연성을 무한대로 높이는 경향이라고 하겠다. 특집기사에서는 언론검열이 이루어지던 1980년대에 처음 나타났던 '찌라시'가 인터넷 시대에서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진단하듯이 우리가 아직 저신뢰 사회에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글에서는 우리 사회의 '소문'과 관련해 각 분야의 교수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홍성태 교수(사회학)는 독재시절의 폐해로 인해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불신사회로 머무르고 있으며 국민들이 '국가나 사회를 믿지 못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난민 사회'적 특성'이 소문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심리학자인 황상민 교수는 사회구성원들의 독립적 판단능력이 떨어질 수록 소문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사실 여부 보다 개연성을 더 중시하는데 이는 '판단의 기준이 자신이 아니라 외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반면에 강장묵 교수(컴퓨터공학)는 기존 아날로그 시대의 루머와 구별되는 '네트워크 루머'에 주목한다. 예전에는 루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이야기가 증폭되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다수의 대중과 전문가들이 하나의 소문을 놓고 검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전과 달리 요즘에는 초단기간내에 확산된 텍스트나 '파일'이 존재하고 있어서 진위에 대한 평가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필자들이 '소문산업'이라고 부르고 있듯이 이미 소문은 우리 사회의 어엿한 경제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예인, 증시에 관한 소문은 '찌라시'에 소개되고, '찌라시'는 관련 보도를 낳고, 관련보도는 다시 소문을 사회전반으로 확대 재생산한다. '공인'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추측성 기사', '루머'와 '공시제도'의 빈 공간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에 의해서 이미 소문은 하나의 '산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게 다 PR인들의 탓이다. 기업이, 정부가, 시민단체가 투명하지 않고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하지만 수많은 PR인들이 열심히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미래는 어둡지 않다. 각자 자신이 속한 조직을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객관화하고 기업의 핵심가치가 담긴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우리 사회도 조금씩 믿고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커뮤니케이션은 본질적으로 '변화'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