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7. 16:26

기업블로그는 '거인의 뜰'(?)

며칠 전 대구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안동국제탈춤 홍보영상을 보았다. 홍보영상을 보면서 떠올랐던 바람직한 기업 블로그에 관한 생각을 적어 본다.   

사실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 만든 홍보영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탈춤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예전에 들었던 우리나라의 마당극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마당극에서는 마당이 관객들에게 열려 있어서 배우와 관객 모두 같이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즉 관객들이 같이 추임새를 넣고 배우에게 말을 건네며 대화가 이루어진다. 배우가 관객의 자리까지 넘나들기도 한다. 따라서 마당은 서양의 '무대'와 달리 '열린 공간'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는 그런 점에서 '마당'이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만들어 주인장이 만들어 놓은 '열린 공간'이다. 마당을 만들어 놓고서도 관객의 참여를 막아 놓는다면 이는 '열린 대화 공간'이 아니라 주최측이 준비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일 뿐이다.

최근 정부와 기업에서 블로그를 만들고는 있지만 대체로 댓글을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시 예쁘게 단장하여 관객에게 보여주는 기존 홈페이지와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아름다운 정원을 혼자서 독차지하던 거인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어린이들이 놀러 올 수 있도록 담을 허문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유행따라 블로그 개설을 하기에 앞서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다시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