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9. 18:15

점심시간의 브랜드 단상

부사장님이 점심을 쏘시는 덕에 오래간만에 근사한 점심식사를 했다.
장소는 회사부근의 꽤 괜찮은 한정식 식당이었다.

메뉴로는 평소에 개인적으로는 먹기 어려웠던 생고기들이 올라왔다. 평소에 잘 접하지 못했던것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생고기에 대한 약간의 '찝찝함' 때문이었다. 오늘은 물론 첫번째 고민은 없었고, 두번째 고민 역시 요리의 등장과 함께 이내 사라졌다.

평소 육회를 즐겨하지 않는 편이지만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장식된 요리를 보니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포장과 장식, 장소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식사하는 동안 평소에 갖고 있던 생고기의 '위생'에 대한 뿌리깊은 의구심, 최근 떠오르고 있는 원산지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 고급음식점이기에, 전문가의 추천이 있었기에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게 브랜드의 힘이 아닐까?

다른 물건은 믿지 못하지만, 다른 데서는 믿지 못하고 뭔가 불편하고 하지만,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순간에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것

물론 유명 브랜드들도 가끔 뒤통수를 치기는 하지만 선택하고 소비하는 순간에 편한 마음,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브랜드의 힘인 것 같다.

내가 믿어주면서도 굳이 '신뢰'의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복잡하고 제도화된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대로 그렇기에 시장구석의 거칠고 값싼 요리 한접시도 나름 땡겨지는 것이 아닌가. 좋은 물건을 헐 값에 사는 기쁨처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선택의 순간에 나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브랜드라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품,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개인 역시 저마다 세련된 브랜드로 가꾸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딩 과정에서 블로그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겠지.

근사한 식사를 한 덕에 브랜드에 대한 단상을 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