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7. 20:40

체험의 벽

직접 체험하는게 중요하다고 해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었고(시민단체), 체험에 참가했는데(참가자) 프로그램 참가 후 느끼는 바가 사뭇 다르다. 물론 주최측이라도 참가자에게 특정한 느낌이나 인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어쨌든 최근 '최저생계비 체험수기'로 논란을 빚은 행사의 주최측이나 참가자 모두 당일 프로그램은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차원에서 몇가지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먼저, 참가자 스스로가 프로그램의 목적이 무엇이며 자신의 참가목적은 무엇인지(즉,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해당 프로그램은 분명히 최저생계비의 증액을 요구하는 취지의 행사였다. 여당의원인 참가자는 현재의 지원수준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또는 다른 방식의 지원책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그의 인식이 생활체험 및 수기에 좀 더 적절하게 표현되었다면 불필요한 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기내용을 통해서 볼 때 그는 이러한 인식없이 단순히 서민행보를 보이는 차원에서 접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과는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정치인으로서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었다면, 그는 수기에서든 인터뷰에서든 나름대로의 문제제기나 정책대안을 (서민을 위한 인터넷이든, 서민용 생필품 가게 확충이든) 제시했어야 한다. 밤새워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며 대안을 제시한 것도 시민들에게 진지한 문제제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시민들에게 그저 답을 묻고 있는 것으로 느껴질 뿐이다. 뒤늦게나마 나온 그의 답변에서 그가 원래 의도했던(?) 생각을 부분적으로 읽을 수 있다. 

"단 하루였기 때문에 (생활이) 가능했지 한 달이었으면 어려웠을 것"... "최저생계비 자체를 올리기 보단 주거나 통신 환경 등 (극빈층을 위한 )제도적 장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메시지는 사라지고 대신, '공감의 장'에서 역대 참가자들의 기록을 경신한 개인의 '도전'만 남았다. 더구나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체험한 삶의 조건이 '견딜만하다'고 말한다면 이는 단지 자신의 '강한 생활력'이나 '소탈함'을 뜻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주최측 역시 참가자들의 체험내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적극적이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참가자가 주최측과 다른 정책적 견해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정치인이든 기업이든 사회봉사나 사회공헌에 대해서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차원에서 평면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다는 점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