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5. 10:18

'숙제'는 제대로 했는지...

위기상황은 해당 조직에게 아주 값비싼 학습기회를 제공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평소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시간이나 예산문제로 인해 선뜻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면 각 조직은 다른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예산을 전용해서라도 문제해결에 나서게 된다. 한편, 그동안 있어왔던 내외부의 반대의견도 쥐죽은 듯 조용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상황에 잘 대처한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그러한 위기는 계속 반복되고, 결국 조직을 영원히 쓰러뜨릴 수 있다.  

금강산 관광길에 나선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ㅣ일부에서는 초병 총기탈취사건, 서해안 기름유출사건 등과의 연관성 차원에서 위기관리체제의 문제점을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길게(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본다면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되었던 한인 선교단체 납치사건의 대응사례가 이번 사건에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두 사건 모두 우리 국민이 국경 바깥에서 일반 범죄가 아닌 '정치적 의도로' 피격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가을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정부가 당시 위기관리과정에서 얻은 교훈 또는 지적된 개선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번 사건에 도움이 될 여지는 없었는지 당연히 살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정부의 '아프카니스탄' 학습효과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당시 다수의 외신보도 및 미확인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기본적인 사실확인 지연 및 정보력 부재에 대해서 질타를 당했다. 이번에도 여전히 정부는 현대아산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지하며, 사실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아직까지도 정확한 경위파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결국 그동안 담당자들이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부의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겪어낸 위기상황에서 학습한 내용을 '시스템'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 들어선 정부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 코드를 맞추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폐기하려고 하더라도 이를 막아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차별화'와 '효율성'을 위해 '국정홍보처'나 'NSC'등은 폐지했으며 그 결과 이어지는 문제제기 속에서도 선뜻 '복구'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기존 정부기구나 제도의 문제점들이 많이 지적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든지 빈대를 잡기위해 집 전체를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은 결국 위기상황으로부터 얼마나 어떻게 배우는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