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3. 23:48

Dynamic Country branding (?)

#1 역동적(dynamic)
"이스라엘도 역동적이지만, 한국은 정말 역동적인 사회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이 발생하고, (대사로서) 그걸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몇 년전 역동적인 곳을 찾아 한국근무를 지원했었다는 최근 이임한 이스라엘 대사의 말이다. 뒤집어보면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안정적라는 말이기에 그냥 좋은 뜻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미 Dynamic Korea라는 슬로건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역동성'의 부정적 의미에 주목하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2 브랜딩(branding)
몇 주전 어느 영자신문의 1면 상단에는 "Branding or de-branding Campaign?"이라는 제목과 함께 3장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한장은 국가브랜드 위원회의 회의 장면, 다른 한장은 국회에서의 격투장면, 그리고 마지막 한장은 쌍용자동차의 시위대치장면이었다. 사실 국가브랜드의 관리는 국가관리 위원회에서 승인한 컨셉이나 브랜딩 용역업체에서 만든 메시지를 통일적으로 집행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는 해외 출국을 하려면 국민소양교육을 받아야 했다. 교육시 지급하던 수첩모양의 소책자에는  "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국가의 이미지가 해외 이미지 광고나 캠페인 메시지로만 형성되지 않으며 오히려 개인의 행동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커뮤니케이션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딩은 어떻게 이뤄야 할까? 얼마전 어느 심리학 교수와 국내에 장기간 거주한 외국인이 비슷한 시기에 신문에 기고했던 글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국가 브랜드가 아무리 중요해도,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 외국인이 보는 대한민국만을 이야기하면 스스로를 보지 못하고, 남의 눈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안타까운 사람이 된다. 여전히 미래가 없다. 선진국 문턱에서 10년 이상이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이다.

이분은 심리학 교수답게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국가 브랜딩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국내에서 십여년 이상 거주한 어느 외국인 역시 같은 주문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서구나 일본을 벤치 마킹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일궈나가야 한다. 한국은 이 작고 인구가 조밀하고 자원은 없고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에 가장 잘 맞는 지속가능한 경제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두 글 모두 한국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개발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외국인은 같은 글에서 근본적으로 한국인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 문제제기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의사소통을 더 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자신의 뜻을 잘 전달하지 못한다. 여기엔 많은 이유가 있다. 서구의 관점에서 볼 때 유교의 영향이라고 할 만한 요인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한국인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어로 말하든 한국어로 말하든 듣지 않는다. '문화적 장벽', '언어 장벽'을 자신들이 의사소통할 수 없는 이유로 든다. 그러나 그건 핑계다.

이 분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에서건 직장에서건, 클라이언트와 외주업체의 관계에서건 서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아마 우리가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란 '내 얘기대로 상대방이 움직여 주는 것'일 것이다. '대화'란 내 얘기를 상대방이 들어주고 나도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지만 결국 내 뜻대로 결론이 나야 비로소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친다. 다시 말해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 '절충'과 '타협'이 이뤄지거나 내 스스로 의견을 수정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나', '우리 회사', '우리나라'는 항상 옳다는 전제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아무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의미를 공유할 수 없다.

진정 커뮤니케이션은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다. 서로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변화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제3의 현실적인 대안이 도출될 수 있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진정한 변화없이 브랜드 기획서에서 제시하는 '컨셉'을 말과 글에 열심히 담아내는 것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것은 아니다. 공유된 컨셉에 대해 서로 의미를 찾고 생활에서 일관되게 실천(enactment)해 나갈 때 비로소 충실한 브랜드 관리, 국가 브랜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