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4. 19:30

원인규명의 속도


쓰다가 마무리 짓지 못한 글들을 뒤적이다 보니 내가 DDoS 관련 글을 적고 있던 모양이다.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까맣게 있고 있었다.

국정원의 발표를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위기가 발생한 뒤 신속한 원인규명은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부정확한 추정을 통해 또다른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관련 기사가 지면에서 사라진 지금 다시 뉴스를 검색해 봐도 상황을 정리하거나 매듭짓는 당국의 발표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적절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한 점을 생각한다면 설령 나중에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지난 번과 같은 '조기발표'는 '무리수'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규모가 작고 영세한 조직이라도 사회적인 이슈를 일으켰거나 이슈의 대상이 된다면 그 조직은 사회에 대해서 설명의 의무(Accountability)가 생기게 된다. 물론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당연히 홍보부서를 통해 상황에 관해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원인을 알아야 이에 대한 정확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분명 잘 준비되고 관리된 조직에서는 사고나 위기가 발생할 경우 무엇이 원인인지 잘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태의 신속한 수습 및 확산 가능성 차단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비난의 대상을 찾는 것은 'scape goating' 또는 'finger pointing'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즉 자신의 적정한 책임을 인정하기에 앞서 책임전가를 꾀하는 것이 되고 만다.

더구나 신속한 대응조치가 없는 상황에서의 또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의 원인규명 시도는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위기는 알려진 위기요인들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원인규명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알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데 문제가 있음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망각의 속도는 어떨까?

아마 사회나 개인의 위기관리 수준은 위기상황의 망각속도와 반비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너무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떠나는 외국대사의 말에서도 나타나듯이 선진국일수록 예측가능성이 높고 불안한 사회일수록 돌발 변수가 많아 예측성이 떨어진다. 너무도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을 많이 봐서 웬만한 사고나 위험, 위기는 가슴 깊이 새겨지지 못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