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5. 21:02

동물광고 논란

최근 세계적인 동물애호단체 PETA는 삼성전자 유럽지사에서 제작의뢰한 동영상광고(CCC)를 내려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서 삼성전자가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당 동영상은 유럽의 바이럴 마케팅 회사에서 양치기와 양치기 개들을 이용해 양떼들을 몰아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고, 디지털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하지만 PETA에서는 광고제작에 양치기 개를 동원함으로써 양들을 학대했다며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PETA는 삼성전자에게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기술을 더욱 인간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홍보하라(“Get with the times and promote your new technology in more humane, modern ways”)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동영상 제작사는 공동성명을 통해 양떼들에 대한 학대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아시아투데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락이나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 "동영상 제작은 전문 양치기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그 과정에서 동물들을 보살피는데 최우선 순위를 뒀다"고 밝혔다.

여기까지의 삼성전자의 답변은 기업의 기본적인 원칙과 가치를 밝히는 통상적인 반박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사에는 광고제작에 참여한 한 양치기의 답변을 덧붙여져 있다. 그는 "내 양들은 생존수단이며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히고 "완전히 바보들이나 자기 동물을 스트레스 받게 하지 않겠나"라고 언론에 반문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어떤 논리적 설명보다도 양치기의 답변이 간결하게 상황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 준다. 삼성전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양치기의 증언을 기획했다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양치기들의 의견을 소개했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겠다.

사실 이러한 광고가 논란이 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실제로, PETA Europe의 블로그를 살펴보면 해당 광고에 대한 PETA의 이번 요구가 다소 지나쳤다는 회원들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들이 크고작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얼마전 McNeil에서 올린 Motrin 광고 역시 의도와 달리 아기엄마들을 화나게 했고 결국 광고를 조기에 중단하고 말았다.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고 참신하고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되겠지만 적절한 수준의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가장 최근에는 기아차 Soul광고가 같은 PETA로부터 '좋은광고'상을 받았다고 한다. 동물을 소재로 한 광고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는 국제적인 시민단체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고려한다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