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8. 23:59

르뽀광고인가 그라운드스웰인가?

최근 Made to Stick의 공저자인 Dan Heath는 블로그에서 한 여행정보 웹사이트의 대담한(?) 마케팅 사례를 격찬하고 있다. 소심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도하지 못한 프로모션을 TripAdvisor가 시도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놀랍게도 이 웹사이트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지저분한 호텔 10곳(The dirtiest Hotel 10s)을 포함해 지역별로 호텔의 실명과 사진등을 여느 여행 가이드처럼 소개하고 있었다. Heath가 적고 있듯이 이 웹사이트의 메시지는 예상밖의 놀라움(Unexpectedness) 충실히 담고 있었다. 과연 해당 사이트 운영자들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놨을까? 

하지만 후기를 살펴보니 실제 이용객들의 생생한 증언과 사진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이 웹사이트의 랭킹 시스템은 TripAdvisor에 글을 남긴 호텔 이용객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시도를 하면서 법적인 자문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평가자들의 자발적인 포스팅을 기반으로 집계한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영예롭지 못한 1위는 뉴욕시의 한 호텔이었는데 이 호텔의 이용 후기에는 약 30년 전 투숙했던 여행객에서부터 덴마크 여행객에 이르기까지 호텔에 불만을 지닌 사람들의 글로 가득차 있었다. 바퀴, 쥐, 빈대들로 인해 수십군데를 물렸다는 투숙객의 사진, 지저분한 욕조, 낡은 전기콘센트, 얼룩진 카페트 등의 사진들은 이용객들의 불만이 근거있음을 설득력있게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이용 후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다른 네티즌들의 투표수가 올라와 있다. 따라서 해당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호텔 10선' 명단 아래에는 다소 진부하지만 본래의 의도였을 설득문구가 씌여있다.  '최악의 호텔을 보셨으니 이제 최고의 호텔을 보실 차례입니다' 

어느 온라인 전문가는 '만족스러운 고객은 10명에게 이야기하지만 불만이 있는 고객은 3000명에게 이야기한다'고 표현했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불만이 있는 고객 뿐만 아니라 칭찬을 하고 싶은 고객들 역시 손쉽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뉴스가 긍정적인 뉴스보다 뉴스가치(?)가 높은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수십년간 이렇게 엉망인 서비스를 꾸준하게 유지해온 호텔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드디어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것이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되어 강력한 영향력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업체들은 그라운드스웰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될 것이며 진정한 변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그라운드스웰을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는 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