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 16:06

최근 방송계 '참여'논쟁을 통해 본 관계성

예전의 경우 지상파 TV방송국은 '전파의 공공성' 때문에 신문과 달리 중립적인 언론매체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라 상업성이 강조되면서, 방송국 역시 다른 영리조직과 별 차이가 없는 또 하나의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특히 지난 한해 동안에는 광우병보도  관련이슈, 서태지의 방송프로그램 편집권 참여요구, 연말 방송국 시상식 관련 이슈 등을 비롯해 전통적인 방송국의 자체 결정사항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요구사항이 분출되었다. 반면에 각 방송국은 이러한 새로운(?) 요구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방송사에 제기된 주요 '참여'이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프로그램 편집권에 대한 참여요구
얼마전 온라인 상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서태지의 편집권 요구 논란을 비롯해 주요 기획사들의 방송사에 대한  '참여요구'는 PD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역'침해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기획사나 방송PD들은 각자 해외사례를 들면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했다. 

당시 서태지에 대한 선호도 및 편집권에 대한 입장 차이에 따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지만. 분명한 점은 많은 시청자들이 더이상 방송사의 절대적인 '편집권'이라는 '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기업 대표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방송인터뷰를 한 시간 하고 나더라도 본 방송에서는 고작 30초 분량으로 편집되어 나가기 일쑤고, 그나마 자신의 취지와 부합된 경우라면 다행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방송사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실은 방송 콘텐츠로 사용되는 연예인, 기업 홍보담당자, 또는 일반 시청자들의 참여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2. 방송대상 시상식에 대한 시청자 반발
"연기대상이 무슨 개근상, 선행상이냐"라고 비아냥 대던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지난해 MBC 연기대상의 공동수상 결정에 반발한 일부 시청자들은 아고라 국민청원까지 벌이고 있다. 많은 언론매체에서 관련기사를 다루기에 이르자 해당 방송국의 관계자는 연기대상의 경우 단순한 개인 연기자에 대한 시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만일 연기력만 가지고 본다면 매년 중견연기자들이 대상을 차지할 것이며 현실적으로 시청률과 전체 제작진의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연기 대상에 대해서 많은 시청자들과 방송사에서 생각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언제든지 '파격'이 있을 경우에는 논란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시청률과 상업성이 중요한 방송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았던 드라마의 주인공 선정이 '파격'이라고 생각했던 반면 불만을 지닌 시청자들은 연기력이나 드라마 완성도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의 선정이 '파격'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사전에 방송대상의 의미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가 있었다거나 이러한 '파격'적인 수상자 선정이 좀 더 계획되고 준비되었다면 불 필요한 논란과 시상식의 권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가지 논란의 공통점은 전통적으로는 당연하게 행사되던 방송사의 결정권에 대해서 제작 파트너와 시청자들이 자신의 의사표현을 넘어서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방송사의 자율성이 많은 부분 인정되었다. 자율성이 보장되었다기 보다, 방송사 제작과정 및 내부의 결정과정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신속한 참여가 사실상 비용과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불가능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점차 확대되고, 신속한 상호의견 교환 기회가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실시간 참여 및 시청자 투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전에는 당연히 내부에 귀속되었던 가치 및 권한들이 이해관계자와의 새로운 역학 관계 속에서 새롭게 재협상을 요구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속에서 방송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회의 민주화가 신장되면서 앞으로 권력의 정당성은 주요 사회주체와의 협상을 통해 권위를 인정받게 되는 성격이 강해진다. ('negotiated power'). 즉 권력은 스스로 클레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만큼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각 방송국은 자신의 권위와 권한을 끊임없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해 내고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정치적이며 양방향 소통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