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30. 11:21

'뿐이고~' vs. '벗 쮸~'


언제부턴가 어느 이동통신회사 TV광고에 나온 '하면되고송'이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는 이와 유사하면서도 냉소주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뿐이고~'라는 표현이 올해 하반기에 제대로 '떴다'. 여기저기서 '~뿐이고'를 패러디하고 있다. 물론 나도 패러디를 즐기는 편으로 그러다 욕도 많이 먹고 있다. :( 하지만 난 웬지 이 '뿐이고~'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관계의 단절이나 무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인가 보다. 물론 난 지금 내가 오바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 오바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하는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망' 속에서 살고 있다. 이른바 남의 실패가 나의 성공으로 바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의 행위에 따라 내가 행사할 수 있는 옵션과 재량권이 달라지는 사회속에서 살고 있다. 미국 자동차 Big 3가 무너지면 주요 경쟁사인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까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은 사실 직관적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경쟁업체들 역시 Big 3관련 부품업체들로부터 공통부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올 한해동안 온 나라가(물론 다른 나라 상황은 잘 모르니까..) 한 해동안 '~뿐이고, ~하면 되고'를 실행해 왔다. 특히 대기업과 정치인들은 애써 귀를 막고,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주위의 행위자들을 무시한 채로 일방적으로 행동해 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같은 일반 소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말뿐이지만 '뿐이고'를 연발한다. 아마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그런 '일탈'을 꿈꾸는 탓일지도 모른다.

온라인 업계의 '삼성' 네이버가 온라인 신문협회에 이어 IT 업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봄철 아고라 폭풍에도 건재했던 네이버에 심상치 않은 연합전선이 펼쳐지고 있는 듯하다. 소통의 채널을 꽉 막은채 '뿐이고'를 즐기던 강한 조직, 권력자들이 그동안 무시했던 상대를 향해 쩔쩔매며 '벗 쮸~'를 연발하게 될 상황을 상상해 본다. 그래서 평소에 잘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