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7. 21:09

오바마는 양치기소년(?)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공화당) Ileana Ros-Lehtinen 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중간에 끊어버렸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가 화제다. Ros-Lehtinen 하원의원은 대통령선거 기간중 공화당 부통령 후보 페일린이 캐나다 코미디언의 장난전화에 속은 바 있어 '낚이지 않으려고' 그 목소리 흉내(?)를 칭찬하며 끊었다는 것이다.
 
Ros-Lehtinen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뒤이어 걸려온 오바마의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Rahm Emanuel의 전화도 끊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이 속한 외교 위원회의 Howard Berman 외교 위원장의 전화가 있은 뒤에야 오바마 당선자와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나중에 이 의원은 공화당 의원이며 비교적 무명인 자신에게까지 민주당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올 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에피소드는 현대 사회에서 낯선 사람과 진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툭하면 걸려오는 보이스 피싱 전화로 온 국민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오래다. 그런데 정치인 상대 '낚시전화'에만 신경을 쏟은 그 하원의원처럼 전화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뭔가 홀린 듯이 그대로 상황에 몰입되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대해 스스로 자신이 평소에 걱정하고 있던 상황을 덧입혀 생각하고 이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이다. 전화는 단순히 상황의 단초만 제공해 주지만 피해자 스스로 그 상황과 상호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전화나 이메일 등 신분을 속인 행동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소비자, 기자,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을 일상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PR담당자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흔히 상황을 가정하거나 유추해서 던지는 언론의 낚시성 질문에 지레 짐작으로 답변하지 않고, 객관적인 상황과 회사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구성된 포지션 페이퍼와 핵심메시지에 충실하게 답변하는 수 밖에 없겠다.

PR대행사 역시 클라이언트의 말만 듣고 서비스를 진행하다가 본의아니게 부정확하거나 진실되지 않은 회사 및 상품관련 정보에 '낚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행사의 실무자들이 기본적인 fact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경우, 도움을 준 담당기자들을 포함해서 사회적인 물의까지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철저한 자료확인, 기본적인 응대요령에 따른 답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자와의 중장기적인 관계관리 등 원칙에 더욱 충실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