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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7. 08:15

독일, 너 마저...

'위험사회(Risk Society)"라는 저서로 유명한 율리히 벡 교수는 독일인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독일은 세계적인 과학기술 선진국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산 식품첨가물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어 국내 식품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례는 현대사회가 위험사회의 특성을 지니는 이유, 그리고 신뢰사회와 위험사회가 왜 '비운'의 쌍둥이인지 생각해 볼 기회인 것 같다.    

독일이라는 선진국가의 이름이 주는 신뢰는 후진국 어느 나라가 전달할 수 있는 것보다 강하며 이것이 바로 국가 브랜드의 가치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로 인해 적어도 한국국민들 사이에선 과학기술 강국으로서 독일이 쌓아온 크레딧을 많이 깎아먹은 듯하다.  

사회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각자가 알아서 확인, 또 확인해야만 한다. 부정부패가 심각한 사회에서라면 입찰서류 제출을 접수할 경우 각 단계마다 확인해야 한다. 서류가 위조된 것은 아닌지, 언급된 학교나 직장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직인이 위조된 것은 아닌지 이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장에서 모든 원재료 및 부품에 대해서 안전성, 적합성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흔히 요구되는 원자재 단계에서부터 친환경성, 유기농, 아동노동 미투입 확인(child labor-free)여부까지 세계곳곳을 찾아 다니며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전 단계에서 검증된 제품이나 서류는 안전하다거나 사실로 '믿고' 다음 단계의 공정이나 거래를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신뢰와 신뢰의 고리를 더 이상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간에 하나의 단계를 '무사히' 통과한 '위험'요소는 사회적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신뢰(trust)'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사회를 순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따라서 '위험사회'에서는, 대규모 위기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물론 문제발생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전 단계나 다른 기관의 신뢰도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이미 상품 사용자들의 대화와 사용후기를 통해서 문제점을 찾아 내고 이를 신속하게 교정할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한 사회다.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대안으로서의 사회적인 안전장치 또는 검증장치로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기업이 이러한 소비자들로부터 끊임없는 문제제기(challenge)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문제의 해결방향 및 속도, 그리고 궁극적인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